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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훈장 취소 요청에 "'4·3' 아닌 '국가안보 기여' 명시돼"
권오을 보훈장관, 13일 4·3유족회와 면담서 훈장 내용 언급
유족 "훈장 수훈 취소 검토를"… 장관 "혼란에 신중한 접근"
"이 선에서 마무리하자"는 권 장관 발언에 유족들 반발도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6. 03.13. 18:02:25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2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 내 4·3유족회 사무실에서 가진 4·3유족회와의 면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소정기자

[한라일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13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만나 4·3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결정을 직접 알렸다. 이를 전해들은 제주4·3희생자유족회(이하 4·3유족회)는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에 근거가 된 무공훈장 서훈 취소도 검토해달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4·3'이 아닌 '국가안전 보장 기여'라는 포괄적인 내용이 명시됐다"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내용을 전하며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권 장관은 이날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 내 4·3유족회 사무실에서 열린 4·3유족회와의 면담에서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은 지난 2월 26일자로 취소됐고, 신청하기 전 상태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1950년 12월 30일 받은 무공훈장에 대한 문제까지 저희들이 고민을 했다"며 "그런데 무공훈장을 받은 내용이 '4·3'으로 명시가 돼 있었다면 손을 봤을텐데 '국가 안전 보장'에 기여했다는 내용으로 표시가 돼 있었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김창범 4·3유족회장은 "박 대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인물인데, 어떻게 대한민국 국가안전 보장을 기여했다는 이유로 무공훈장을 받을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정부가 표방하는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국가로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주시라"며 재차 박 대령의 무공훈장 취소 검토를 요구했다.

권 장관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같은 기준에서 다뤄야 되는데, 굉장히 문제가 커진다"며 "1950년 한국전쟁 중 2만8000명이 '국가 안전 보장'에 관한 것으로 무공훈장을 받았는데, 이 중 박 대령과 비슷한 사례가 500여 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령의 무공훈장) 그게 취소가 돼 버리면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을 다 파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이 문제를 이 선에서 마무리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이 같은 발언에 4·3유족회는 반발했다. 양성주 4·3유족회 상임부회장은 "4·3은 국가폭력"이라며 "가해자인 국가가 '다 지난 일이니깐 묻고 지나가자'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유족들이 국방부나 군경에 접근하려해도 할 수가 없다. 과거 훈장이나 수여 등에 문제가 있다면 그 숫자가 한 명이든 천 명이든 만 명이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국가 책임자의 역할"이라며 "국가 폭력에 앞장선 모든 사람을 다 조사할 수 없지만 주요 책임자에 대해서라도 국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4·3유족들에게 제 답변이 시원하지 못하고 미흡하다는 거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신중해야 된다. 중간에 서서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위치이기에 이해를 바란다"고 답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관련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가능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훈법에 따르면 서훈 추천권자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서훈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서훈 취소 여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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