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내 방을 돌려줘요"

"할아버지, 내 방을 돌려줘요"
● 로버트 킴멜 스미스의 '내 방 찾기 전쟁'
  • 입력 : 2007. 08.18(토)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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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할아버지와 살게 돼 너무 기뻤다. 할아버지는 피터에게 더없이 다정했다. 할머니를 여의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외로운 할아버지는 다리가 불편에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피터의 방을 내줘야 하는 현실이 닥쳤을때, 세상이 달라졌다. 방을 빼앗긴 어린 주인공 피터가 선택한 것은 전쟁이었다.

미국의 로버트 킴멜 스미스가 쓴 '내 방 찾기 전쟁'은 열 두 살 소년의 '내 방' 탈환 작전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아이가 직접 쓴 것 같은 간결한 문장과 톡톡 튀는 시선으로 내 방 찾기 전쟁을 둘러싼 전모가 그려진다.

아이는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영위하기 위한 정당한 투쟁'으로 전쟁을 벌이지만, 할아버지의 눈에는 이것이 어린 손자의 버릇없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전쟁에 대한 다른 입장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가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는 지점을 향해 달린다.

피터는 최후의 전쟁에서 쭈글쭈글 늙어버린, 그래서 자신에 비해 한없이 약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대면하고 전쟁이란 상처를 남길 뿐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할아버지는 그 전쟁을 통해 가족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바로 피터에게 방을 돌려주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은이는 결국 '어느 한쪽의 희생 없이도 합리적인 가족에 이를 수 있는 저마다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누구의 할아버지, 누구의 손자라는 정해진 이름을 넘어 서로의 삶과 꿈을 존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유대감도 생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남궁선하 그림, 이승숙 옮김. 푸른숲. 8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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