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벌초
"조상묘 잘 모시면 만사형통한대요"
  • 입력 : 2008. 08.30(토) 00:00
  • /고대로기자 drko@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음력 초하룻날 후손 모여 '모듬벌초'

집안 됨됨이 가늠하는 척도로 삼기도



아침, 저녁으로 불어드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한다.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언제였는가 싶을 만큼 계절은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다.

해마다 가을 초입인 이맘때가 되면 제주도 중산간 지역은 사람과 차량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벌초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1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조상의 묘소를 찾아 풀을 베고 제를 지내는 것으로 다른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제주도의 미풍양속 가운데 하나이다.

형제, 사촌할 것 없이 문중들이 모여 함께 모여 제를 지내고 정성스레 풀을 베는 작업을 한다. 벌초를 끝낸 무덤은 오름을 닮아 단정해서 보기 좋다.

벌초는 보통 자신이 제사를 해 모시는 조상의 묘소부터 시작한다. 음력 8월 초하룻날은 묘제나 시제를 하는 웃대조의 묘소에 친족들이 공동으로 벌초하는데 이를 '모듬벌초'라 한다. 초하루를 전후 벌초하기 시작해 적어도 추석전에 끝내는 것이 제주도의 벌초 풍습이다.

추석 전에 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이 가시덤불 쓰고 온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가까운 조상의 묘소는 각기 미리 벌초를 하고 이 날은 그 윗대 조상의 묘소에 모여 함께 벌초한다.

대부분의 집안에선 가족·모듬 벌초를 이틀에 걸쳐 실시하지만 후손이 적은 집안에선 여러날에 걸쳐 벌초를 하기로 한다.

제주에선 조상묘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는 것을 큰 불효로 친다. 어쩌다 벌초를 하지 않은 묘가 눈에 띄면 그 집안의 됨됨이를 가늠하는 척도로 삼을 정도다. 그래서 제주를 떠나 다른지방과 일본 등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후손들도 벌초 시기가 되면 만사를 뒤로 하고 제주로 내려와 벌초에 참가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벌초는 어린 자녀들에게 조상의 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평소 왕래가 없던 먼 친적들을 만날 수 있어 교육효과도 크다. 이때문에 도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이 시기에 맞춰 벌초방학을 한다.

올해는 음력 8월 초하루가 일요일이어서 벌초방학을 하지 않고 있지만 평년에는 도내 대부분 학교가 벌초방학을 실시해 학생들에게 제주의 고유 풍습인 벌초를 몸소 체험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은 "제주도에서는 다른 지방과 달리 추석 전에 미리 벌초를 마치는 세시풍속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며 "벌초방학인 경우 자녀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음력 8월 초하루를 코 앞에 둔 이번 주말과 휴일, 제주 중산간 들녘은 조상의 묘소를 깨끗이 단장하려는 벌초객들의 물결로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벌초철을 맞아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정성껏 묘를 단장하게 된다. 그렇지만 예초기나 낫으로 벌초하던중 손이나 손가락 등을 베이는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 지혈 등 응급조치후 병원을 곧바로 찾아야 된다. /사진=한라일보 DB

[벌초사고 응급처치 요령]현장에서 지혈 후 병원찾아야

벌에 쏘이면 毒 퍼지지 않도록 조치…유행성출혈열·야생독버섯 섭취 주의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미리 조상의 묘소를 벌초하는 성묘객들이 많다. 하지만 풀들이 제멋대로 자라있는 묘소에 아무 준비없이 간다면 여러가지 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풀위에 그냥 드러누우면 쥐 등의 배설물에 의한 전염병에 감염되기 쉽다. 예초기를 사용하다가 칼날이 부러지거나 돌이 눈에 튀어 부상을 입기도 한다. 숲에 있는 벌집을 잘못 건드려 벌에 쏘여 목숨을 잃을수도 있다. 벌초시 일어나기 쉬운 사고의 응급 처치법을 알아본다.

▶예초기 사고=벌초시 가장 우려되는 사고는 예초기 사고이다. 예초기 칼날은 고속회전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한 부상을 입는다. 이에 따라 벌초시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하고 장갑이나 보안경 등 안전장구의 착용이 필수다.

예초기나 낫으로 벌초할 때 가장 흔한 외상은 손이나 손가락, 다리 등을 베이는 것이다. 이때는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고 깨끗한 천으로 감싼 다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지혈을 한다며 출혈부위의 심장 가까운 쪽을 강하게 묶는 사람들이 있는데 장시간 묶으면 피가 안 통하는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지혈 효과도 좋지 않다. 이달 들어 발생한 도내 벌초 예초기 사고는 모두 5건으로 지난 23일에는 벌초를 하던 50대 남자가 예초기에 발목 절단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벌에 쏘였을 때=벌에 쏘이면 보통은 쏘인 자리가 아프고 붓는 정도지만 만약 벌독 알레르기가 있다면 쇼크에 빠져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벌에 쏘였을 경우에는 지혈대를 감아 벌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고 자기 자신이 직접 에피네프린 자동주사를 놓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후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야한다. 최선의 예방법은 벌에 쏘이지 않는 것이다. 즉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 화장품, 요란한 색깔의 옷을 피하고 벌이 가까이 접근하면 벌이 놀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피한다.

▶뱀에 물렸을 경우=뱀독의 90% 이상은 단백질 성분의 효소들로 주로 신경독소와 혈독소의 작용을 해 출혈, 혈관내 혈액 응고, 신경마비, 세포 파괴 등을 일으킨다. 뱀에 물릴 경우 응급처치는 환자를 눕히고 안정시켜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주의점은 환자에게 음료수나 음식을 절대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독이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병원이 1시간 거리 이상 떨어져 있으면 반드시 독을 빨아내야 한다.

▶전염병 조심=가을철에 산이나 들에서 많이 발생하는 전염병은 유행성 출혈열, 쯔쯔가무시병 등이다. 이 전염병들은 쥐같은 동물의 배설물이나 진드기 같은 매개체를 통해 전파된다. 증상은 갑자기 고열이 생겨 수일간 계속되고, 눈에 충혈이 오고, 두통, 요통, 소화불량 증상이 같이 동반되며, 몸에 발진이 돋기도 하며, 입안 점막에 출혈반점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피부 노출부위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 도내에서는 2001년 이후 5명의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증가 추세에 있다.

▶야생독버섯 주의=식용버섯과 독버섯은 일반인들이 육안으로 정확하게 식별하기가 매우 어렵고, 독버섯에 대한 기초지식도 부족해 무심코 채취했다간 화를 당할 수 있다. 독버섯 섭취시 약간 더운물이나 1%의 식염수를 다량 섭취한 뒤 목구멍을 자극해 토하게 한 후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0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