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4)제주조각공원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4)제주조각공원
빛과 바람이 전하는 조각의 심포니
  • 입력 : 2009. 02.19(목) 00:00
  • /진선희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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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에 들어선 제주조각공원은 '자연과 예술과 인간이 만나는 예술센터'를 표방하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자연과 어울린 국내 작품 160점 야외 전시

원시림 품은 조각길· 전망대 등 인기 코스



▲이일호의 '아침'. 산방산이 보이는 전망대 부근에 놓여있다

'아침'이란 제목이 달린 인체 조각을 배경으로 산방산이 솟아있었다. 가슴이 환하게 트였다. '자연과 예술과 인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종합문화예술공간'을 내세운 곳, 제주조각공원이다.

불미공예와 방앗돌 굴리는 소리가 전승되는 중산간 마을인 안덕면 덕수리. 제주조각공원은 1987년 10월 덕수리 산27번지에 문을 열었다. 41만3000여㎡(약 12만5000평) 부지에 들어선 이곳은 개관 20년이 흐른 2007년 등록박물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널따란 대지에 놓인 조각품은 1백60점이 넘는다. 삼각 수정탑을 지나면 돌, 청동 등으로 빚은 미술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벼락처럼 쏟아지는 사랑의 순간을 담은 류인의 '뇌성', 화강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작가의 역량이 느껴지는 강관욱의 '구원', 보드라운 찰흙처럼 돌을 매만진 듯한 계낙영의 '돌로부터', 잘라 붙이거나 잇지 않고 '아파트 공화국'의 모습을 한번에 깎아내린 대형 돌조각인 석종수의 '도시 기념비', 현장 설치 작업으로 붉은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전국광의 '가족사진', 숲의 한가운데 녹아든 임동락의 '포인트-역' 등 다채로운 전시품이 나무처럼, 들꽃처럼 서있다.

야외에 놓인 조각품은 빛이나 바람의 흐름을 탄다. 관람 시간과 시선에 따라 조각품이 건네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철교가 연상되는 문인수의 '집율'처럼 야외 전시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조각들이 여럿 놓였다. 제주조각공원 안병덕 회장은 "조각공원에 있는 작품을 보면 빛이 연주하는 심포니를 듣는 것 같다"며 "시시각각으로, 걸음을 걷는 속도에 맞춰 작품이 색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이곳은 제주의 원시림을 품었다. '곳자왓길'로 이름붙인 조각이 있는 산책길을 2㎞ 남짓 냈고 갖가지 예술행사가 펼쳐지는 혼밭광장, 무병장수를 비는 일뤳당, 연인들을 위한 사랑의 숲, 산방산이 저 멀리 내다보이는 돛대 형상의 전망대 등을 만들었다.

 한때 제주를 찾는 신혼부부들이 꼭 한번 들렀다는 제주조각공원은 몇해전까지 관람객과 만나는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일요음악회, 여름문화축제, 청소년 뮤직 캠프, 어린이날 큰잔치를 열었다. 개원 무렵부터 10년동안은 서울에 있는 신문사가 주최하는 서울현대조각공모전 지원에 나섰다.

▲제주조각공원에 전시된 조각품들. 신진에서 중진까지 16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지금은 이들 사업이 중단됐다. 제주조각공원이 내놓은 자료를 봤더니 최근들어 관람객수가 크게 줄고 있었다. 손길이 미치지 못한 몇몇 낡은 시설이나 홈페이지 관리는 박물관의 운영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안병덕 회장은 "덕수리 소유로 되어있는 부지를 매입하거나 임대하는 문제가 해결되면 시설 투자가 이루어지고 공원도 한층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조각공원의 바람대로라면 국제 조각 광장, 작가의 집, 청소년 야외 공연장, 미술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이 내건 '동북아 중심지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예술센터'를 조성하는 꿈은 전통마을 덕수리와 어떻게 상생하느냐에 달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3~10월엔 오후 7시30분까지). www.jejuarts.com. 794-9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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