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고령의 나이에 감기증세가…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고령의 나이에 감기증세가…
발병 후 치료해도 쉽게 호전되지 않아 예방이 우선
  • 입력 : 2015. 01.16(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65세 이상이거나 다른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매년 가을에 시행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또한 폐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진=한라일보 DB

2013년 폐렴 입원환자 30만명 넘어
세균·바이러스와 싸우는 힘 약해져
면역력 향상 위한 생활습관이 중요

통계청의 장기인구추계에 따르면 1960년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에 불과했으나, 1990년 5.1%, 2000년 7.2%(고령화 사회), 2010년 11.0%, 2018년 14.5%(고령 사회), 2026년 20.8%(초고령 사회)로 상승할 전망이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의하면 2013년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진료비로 1인당 연간 321만9000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인구 연평균 진료비(102만2000원)의 3배가 넘는다. 그만큼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후 제주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노인성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폐렴이다. 제주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이종후 교수의 도움으로 노인성 폐렴에 대해 알아본다.

노인들의 경우 병원체에 대한 기관지의 저항력이 떨어져 겨울철 건조한 실내공기는 가래를 밀어 올리는 기관지 섬모의 기능을 약화시켜 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심장병, 당뇨, 뇌졸중 등 만성질환도 저항력을 떨어뜨려 겨울철에 흔하게 걸릴 수 있는 감기나 독감이 쉽게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때에는 폐렴에 더욱 주의해야한다.

폐렴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나 걸리는 작은 병 쯤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전체 사망원인 중에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자살, 당뇨병에 이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순위는 10년 전 12위에 비해 크게 상승했고, 발생률도 이 기간 동안 4배나 증가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폐렴은 가장 많이 입원한 원인 질환으로 조사됐으며, 2013년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30만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폐렴구균>

특히 65세 이상의 환자에서 발생하는 폐렴을 주로 노인성 폐렴이라 하며, 이 경우 진단과 치료가 모두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형적인 폐렴은 발열, 기침, 가래 등의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생기는 반면 노인성 폐렴은 이런 증상들이 감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고령의 환자들이 면역력이 감소한 가운데 세균과 바이러스와 싸우는 힘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이 잘 나지 않고, 면역세포와 세균과의 싸움의 결과인 가래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가래양이 작고, 이로 인해 기침도 잘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기운이 없거나, 식욕 감소 또는 졸림 증상처럼 의식이 떨어져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 폐렴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폐렴에서 보이는 의식 저하, 저혈압 등의 증상은 중증 패혈증의 징후여서 각별한 치료가 요구된다.

폐렴은 감기와 같이 공기를 통한 감염으로도 생길 수 있지만 노인성 폐렴은 주로 흡입성 폐렴의 형태로 나타난다. 흡입성 폐렴이란 구강내의 세균이 기도를 타고 폐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고령의 환자들은 음식을 삼키는 힘이 떨어져 있어서 사래가 드는 과정에서 폐렴이 나타날 수도 있고,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구강 내 세균이 만성적으로 미세하게 흡입되면서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충치, 잇몸질환 등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 적절한 치과치료가 필요하며, 이전에 뇌경색, 뇌출혈, 파킨슨병과 같은 뇌신경 장애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식사 도중 사래가 생기는지 여부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삼킴 장애가 있는 경우나 고령의 환자들은 우리 몸의 중요한 방어기전인 기침을 세게 하고, 가래를 뱉는 힘이 떨어져 있어 쉽게 폐렴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폐렴이 생긴 이후에는 치료를 해도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폐렴이 진행하게 되면 혈액을 통해 세균이 퍼져, 뇌, 심장, 간, 콩팥과 같은 우리 몸의 주요 장기에 다발성 장기부전을 유발해 패혈증을 일으키거나 양쪽 폐에 심한 염증성 반응을 일으켜 저산소증을 유발하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폐렴은 항생제로 치료하게 되는데, 현재 병원에서 사용 중인 항생제들이 폐렴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의 면역상태이다. 면역상태는 나이와 평소의 암, 당뇨병, 심혈관, 뇌혈관 질환과 같은 다른 동반 질환의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된다. 노인성 폐렴에서 항생제를 충분히 사용해도 사망률이 높은 것은 환자들이 대부분 이러한 면역상태가 저하돼 있기 때문이다.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균들 중 가장 흔한 균은 폐렴구균으로, 이 균은 폐렴이라는 명칭이 붙어있지만 폐렴 뿐만 아니라 뇌수막염, 부비동염 등 여러 감염병에서의 주요 원인균이다. 현재 전국 보건소에서 65세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폐렴구균에 대한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히 65세 이상이거나 다른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도움이 된다.

다만 폐렴의 원인균으로는 폐렴구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원인균들이 있기 때문에 폐렴구균 접종이 폐렴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매년 가을에 시행 중인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또한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 도움이 된다. 예방접종 뿐만 아니라 폐렴에 걸리지 않기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평소 균형 잡힌 영양섭취, 규칙적인 운동 등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17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