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7)잠복결핵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7)잠복결핵
질병 일으키거나 감염력 갖지 않고 숨어 있어
  • 입력 : 2015. 05.08(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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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부터 방영됐던 결핵예방 공익광고. 결핵 예방 캠페인으로 '결핵, 사라진 질병이 아니라 잊혀진 질병'이라며 '결핵 예방은 생활이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감염 초기~10년 이후까지 진행 특성
밀접 접촉자 대상 쿠폰 발급 무료검진
감염확인시 항결핵약 9개월 동안 복용

2013년에 방영된 결핵에 대한 TV 공익광고가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결핵으로 진단되는 것을 본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현실에 맞지 않는 상황 설정이라면서 정작 본인의 지속되는 기침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내용이다. 공익광고가 나간 이후 일부에서 병원 의사들에게 결핵과 관련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질문의 내용은 "아직도 결핵환자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나?", "2주 이상 기침을 하면 정말 결핵을 의심해야 하는 것인가?" 등이었다. 결핵보다 덜 알려진 잠복결핵에 대해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재홍 교수의 협조를 통해 자세히 알아본다.

<최재홍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비해 결핵환자가 많이 감소했으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전염병 중의 하나로 한 해 약 4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신고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 달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는 2~3세 환아 보호자들에게 모두 결핵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더러 괜한 걱정만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소아 연령에서 활동성 폐결핵 환자를 경험하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소아에서 결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방송 공익광고 외에도 국가 단위의 환자 관리, 치료, 연구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결핵에 대해 최근 더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부분이 바로 잠복결핵감염이다.

잠복결핵감염이란 결핵균에 감염돼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지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으며, 증상도 없고, 항산균 검사와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를 일컫는다. 외부로부터 결핵균이 체내에 들어왔지만 질병을 일으키거나 감염력을 갖지 않고 숨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현재 의료기술 중에 체내에 남아있는 소수의 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은 없다. 게다가 감기처럼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2~3일 만에 증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감염 이후 짧게는 6개월 정도부터 길게는 10년 이후에 까지 뒤늦게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 통상적으로 결핵균에 감염된 경우 정상 면역인이라면 평생에 걸쳐 10% 정도의 확률로 결핵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특히 소아나 면역저하 환자의 경우 그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잠복결핵감염 검진 및 치료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밀접 접촉자에게 쿠폰을 발급해 무료로 검진을 받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시행 중에 있다.

결핵균에 감염됐는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전염성 결핵환자와의 가까이 지낸 정도와 기간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몇 시간씩 만났던 접촉력은 같은 집에서 살면서 숨쉬는 공간을 날마다 같이 사용하는 접촉력과 분명히 감염의 위험도가 다르다. 또 전염성 결핵환자(index case)가 결핵이 의심돼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도말(塗抹, Smear)양성 여부, 기침, 가래와 같은 결핵 증상의 유무 등에 따라 전염성이 다르다. 처음에 결핵을 의심해 치료를 시작했다가 병의 진행양상이 결핵과 달라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전염원 환자의 치료 결과도 주의깊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확실한 전염성 결핵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경우에 잠복결핵감염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우선 결핵감염검사 방법으로는 결핵균에 대한 지연반응을 피부 경결(조직이나 그 한 부분이 염증이나 출혈 때문에 결합 조직이 증식하여 단단해짐)정도로 판단하는 투베르쿨린 검사(결핵 피부반응 검사)와 정맥 채혈을 해 확인하는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 (IGRA)가 있다. 그렇지만 소아에서 5세 미만은 IGRA 검사법은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아직 불확실해 시행하지 않으며, 5세 이상부터 18세까지의 연령층에서도 결핵 피부반응 검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IGRA는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하고 있다. 투베르쿨린 검사는 피내주사 48~72시간 후에 형성되는 지연 과민방응을 관찰해 판독하는 것으로, 붉게 변한 부위가 의미있는 것이 아닌 피부 경결을 판독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0㎜ 이상을 양성으로 판독한다.

그러나 결핵감염검사에서 음성의 결과를 보이더라도 소아 연령에서는 쉽게 안심하지 못한다. 결핵 피부반응 검사는 전염성 결핵환자와 접촉해 결핵균에 감염되더라도 8주까지는 결핵감염검사에서 음성소견을 보일 수 있다. 국내에서 18세 이하의 소아에서는 8주 후 2차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24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결핵발병 고위험군으로 첫 결핵감염검사에서 음성이더라도 잠복결핵감염으로 간주하고 8주간 치료한 뒤에 2차 검사를 통해 치료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가마다 결핵 역학 및 경제 여건이 달라 접촉자 검진 대상자 선정에 차이가 있으며, 특히 BCG 예방 접종률의 차이와 투베르쿨린 검사의 불확실성으로 양성에 대한 판정 기준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접촉 정도, 접촉자의 면역상태, 나이, BCG 접종 유무, 접촉원 환자의 결핵균 내성 상태 등 고려할 사항이 상황마다 다양해 일관되게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치료 원칙은 국가마다 대체로 일치하며 잠복결핵감염으로 확인되면 1차적으로 이소니아지드라는 한 가지 항결핵약을 9개월 동안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활동성 폐결핵 치료 기간보다 길어 처음 검사나 치료를 시행할 때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의 결핵 판정 이야기를 듣고 섣부른 걱정보다 무엇보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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