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1)'하이힐병' 무지외반증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1)'하이힐병' 무지외반증
맵시 내려다가 잘못되면 허리통증까지…
  • 입력 : 2015. 06.05(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무지외반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발가락 변형이 더욱 심해져 걸음걸이에 이상을 초래하게 되고 근골격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굽 있고 볼 좁은 신발 때문에 빈도 증가
엄지 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쪽으로 휘어
돌출부위 자극하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하이힐병'으로 불리는 무지외반증은 최근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생활형 정형외과 질환이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만6000여명으로 2010년 4만6000명에 비해 4년간 1만명 가량 늘었다.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강현성 교수의 협조로 무지외반증에 대해 알아본다.

<강현성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무지외반증은 만성족부통증으로 족부전문의를 찾는 가장 흔한 질환 중의 하나이며, 굽이 있고 볼이 좁은 신발을 자주 신으면서 그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무지 외반증이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는 질환을 말한다. 최근 국내 역학연구에서 무지 외반증의 유병률은 64.7%로 나타났으며, 이 중 13.2%는 중등도 이상의 변형을 보였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한 역학연구에서보다 휠씬 높은 수치이며, 향후 유병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상적인 발은 중족골(발가락뼈의 안쪽에 있는 다섯 개의 뼈) 간 각이 8~9도이하이고, 무지 외반각(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는 정도)이 15~20도 이하인데, 이보다 더 증가한 경우를 무지외반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하지만 무지 외반각이 아주 커도 별다른 증세가 없는 경우도 있고, 무지 외반각이 크지 않아도 증세가 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각도만을 기준으로 질병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변형도 크고 통증도 심한 경우에는 기능 장애가 커 치료 대상이 되는 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무지외반증의 발생 원인은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천적 요인으로 대부분 하이힐 등 굽이 높고 앞이 뾰족한 신발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신발을 신지 않는 민족에서도 무지외반증이 발견되면서 유전적인 원인, 중족골 내전증과 같은 족부의 해부학적 이상, 류마티스 관절염, 신경 근육성 질환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가족 중 무지외반증이 있는 경우 그 자손들도 무지외반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지외반증의 증상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며 뿌리부분의 관절(제1 중족 족지 관절) 안쪽이 돌출되는 건막류에 의해 발생한다. 이 돌출된 부분이 신발에 자극을 받아 염증과 통증이 잘 생기고, 이러한 통증으로 엄지발가락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머지 발가락에 체중을 더 많이 받게 돼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 또 일단 발에 변형이 시작된 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엄지발가락 뿐만 아니라 나머지 발가락마저도 같이 기울어지고 휘어져 전반적으로 서있기 어려운 발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무릎 및 고관절, 허리에까지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진단과 치료에서 먼저 고려할 것은 증상의 발생 시기, 가족력, 통증이 있는 부위 및 주로 신는 신발의 종류를 확인하고 무지외반증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후 전반적인 족부의 정렬 상태, 관절 운동 각도, 내측 융기 정도와 염증반응 정도에 대해 이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사선 검사로는 체중부하 상태에서 촬영한 족부 전후방 영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무지외반증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질환들이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 근전도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무지외반증에 대한 초기치료로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해 볼 수 있다. 일단 자신의 신발 및 보행 패턴을 확인해 발의 변형을 초래하는 굽이 높고 앞이 뾰족한 신발을 피하고 발의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있는 경증의 무지외반증인 경우 부드럽고 볼이 넓은 편한 신발을 착용하거나 신발 안에 교정 도구 혹은 패드를 이용하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유연성 편평족이 동반된 무지외반증에 대해서는 맞춤형 교정 깔창을 통한 편평족 치료가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보조기 등을 사용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조기 치료가 무지 외반증 변형의 진행을 막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신발을 신을 경우 보조기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측 돌출부의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 호전 및 변형의 진행을 막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술의 목적은 변형을 교정하고, 생역학적으로 기능적인 족부를 만드는 것이다. 수술적인 치료는 엄지발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고 무지외반증과 연관된 다른 족지의 변형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그러나 수술 방법은 환자의 증상, 변형 정도, 의사의 선호 방법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뼈의 모양을 바르게 해주는 절골술과 힘줄, 관절, 근육 등을 교정하는 연부조직 교정술로 나눌 수 있고, 절골술과 연부조직 교정술을 동시에 시행한다. 무지외반증은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영향을 동시에 받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환자마다 불편해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9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