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 해양사고의 무서움 벌써 잊었나

[편집국25시] 해양사고의 무서움 벌써 잊었나
  • 입력 : 2015. 08.27(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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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 지난 4월 세월호 배상 문제 등이 일부 해소되면서 도내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기억도 차츰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최근에는 제주를 기항하는 크루즈 선박이 대폭 늘어 제주 바닷길이 전에 없던 르네상스를 맞이한 것 같은 분위기다.

크루즈 산업이 제주 관광산업을 지탱할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제주 바다는 이제 제주 관광산업을 먹여살릴 값진 자원으로 여겨진다. 수익 문제로 중단·감편되고 있는 제주와 일본의 하늘길을 바닷길로 대체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요즘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바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이들의 시선에는 이제 기대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해양 사고의 직접 노출돼 있는 뱃사람들, 항만 관계자들은 근심은 깊어가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크루즈 선박들 때문에 언제 어디서 대형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제주항만의 관리·운영을 맡은 도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무역항은 현재 선박의 항로 안내자 격인 도선사의 승선을 강제하지 않는 임의도선구역이다. 제주가 임의도선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지금처럼 대형 크루즈 선박이 드나들지 않을 때 일이다. 변화된 환경에 따라 최근 해양수산부가 제주지역 무역항 도선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그 필요성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도는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모양새다. 강제도선구역이 되면 크루즈 선박들이 제주항을 비싼 항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 한 관계자는 해양 사고 위험성을 지적하는 제주항 관계자에게 "강제도선구역 지정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별일 있겠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크루즈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제주도가 너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라도 살펴볼 일이다. <부미현 정치부 기자(서울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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