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벌이'로 시작했다 어느새 '빚더미'

'용돈벌이'로 시작했다 어느새 '빚더미'
[한라포커스]사이버 공간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상)인터넷 도박 중독
  • 입력 : 2016. 02.01(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도박빚에 내몰리고 황폐화… 문제 심각
갈취·폭력 등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많아
예방·상담·치료 가능 기관 제주는 없어

제주의 청소년들이 사이버공간에서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넘어선지 오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 도박·유해사이트·1인방송 등에 중독되고 있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기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적잖다. 별다른 죄의식 없이 친구를 따라 하고 또 다른 친구가 다시 이를 따라 하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청소년들이 인터넷 도박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우리 아이는 절대 아니다'라는 인식으로 아이들을 방치한다면 흔들리는 아이들을 잡아줄 '골든타임'을 놓칠지 모른다. 본보가 실제 전문가 대담, 청소년 밀착 취재 등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게임인 줄 알고 시작해서 나중에 인터넷 도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모두 날린 다음이었어요."

고교생 A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 150만원을 인터넷 도박 베팅으로 이틀만에 다 날렸다. 하지만 A군은 아직도 '한방'을 믿고 있다. 김관형 중앙고 학생생활지도 담당교사는 아이들에게 '인터넷 도박'의 해악성을 가르치려 했지만 아이들의 이같은 생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교사는 "한달에 두번 학생지도 교사 협의회가 있는데 인문계·실업계 할 것 없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겉으로 착하고 말 못하는 조용한 학생도 인터넷 도박 문제로 상담센터를 찾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PC방과 학원가 등에서 만난 학생들에 따르면, '도박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중에는 '네**' '돌*'등 사이트가 있다. 이것들은 로그인하면 수십개의 사이트에서 '0를 충전하면 00을 더 주겠다'는 메시지가 온다. 충전한다는 표현은 돈을 입금시키면 게임머니를 확보하는 것. 그 메시지를 보면 아이들은 더 끌리게 된다.

B군은 "가장 간단한 도박게임은 한게임이 끝나는데 15~30초밖에 걸리지 않아요. 홀짝게임, 레이싱 등은 게임같이 보이고 아이들이 대부분 새벽시간에 접속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학생들 사이에는 일명 '타짱' '타순이'라는 고수가 존재해 조언하고 게임에서 돈을 따면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다른 학생들의 돈을 모아 게임을 대신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실제 제주시 지역 유명한 학생에게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돈을 보낸 사례가 적발돼 조사받기도 했다.

특히 학생들은 스포츠 관련 도박에도 깊이 빠져들고 있다. '스포츠 토토복권'구입도 미성년자의 경우 불법이지만 아이들은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이 '빚'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정애 인터넷 중독센터소장은 "처음에는 5000원으로 출발해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도박빚을 진 경우도 있다. 일부 부모는 아이들의 도박빚을 해결하고 상담센터로 찾아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아이들은 빚 때문에 황폐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빚이 있는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면서 갈취·폭력 등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 중 상당수는 속칭 '먹튀'(배당금을 주지 않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행위)의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인터넷 도박을 해온 중학생 C군은 최근 두 차례나 '먹튀'를 당해 배당금을 몽땅 잃었다. 이 군은 스마트폰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팔아 마련한 40만원도 도박으로 잃었다. 학생들이 도박사이트 결제를 하는 경우 물품을 팔 것처럼 해서 도박사이트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우 소장은 "부모는 아이들의 도박빚을 갚아주면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시 한다. 그래서 사후관리가 중요하고 예방·상담·치료가 가능한 대안이 필요하지만 제주에는 그것을 담당하는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숙·채해원·강경태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8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