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시작하며]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하루를시작하며]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 입력 : 2016. 12.28(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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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해가 저문다. 3일을 남겨놓고 있지만, 연말이 되면 누구나 한둘의 소회가 있게 마련이다. 올해는 특이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으니 더욱 그렇다.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로 불명예를 안은 박근혜 대통령은 촛불이 횃불이 되어, 분노한 민심을 돌릴 방법이 없었다. 광화문 주위에 촛불을 들고 몰린 190만 명의 함성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가. 지나고 보면 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이 그동안 잘했으면 엄청난 촛불로 국민이 저항했으랴. 최순실이라는 한 여자의 국정 농단을 그렇게 몰랐을까.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아쉬워한들 이제 지난 얘기다.

특검에서 밝혀지겠지만 2014년 세월호 사망자 304명을 두고, 대통령의 7시간 행방을 밝히지 못함은 무엇인가. '이게 나라냐'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대목이 아닌가.

이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역사의 여러 부분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앞 200m까지 진출했던 촛불 민심 200만은 그냥 횃불이 되게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송구하며 헌재의 심판에 담담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헌재는 헌법에 따라 180일 이내인 내년 6월 초까지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최종 결정된다. 아무튼, 박 대통령은 특검수사를 받는 초유의 대통령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오로지 촛불의 힘이었다. 이제껏 사소한 시위에서도 부상자가 있었지만, 이번의 수차례 촛불시위에서는 어느 쪽도 부상자가 없었던 것은 한국 정치의 새 판을 연 것이었다.

이제 특별검사 수사도 있고, 헌재의 심판도 진행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모든 권한이 정지돼서, 헌법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4년 당시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도 예정대로 촛불시위가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촛불 민심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나라와 정치가 되어야 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청구를 인용하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임기 중에 파면하게 된다. 국가 초유의 불명예다.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을 치르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촛불보다도 더한 후폭풍이 있을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에 열린 7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기준으로 70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다는데, 이젠 달라져야 한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기 전에 자진사퇴하게 되면 박 대통령에겐 '제3의 길'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동물에 비해서 인간의 위대함은 여러 가지지만, 매듭을 지을 줄 아는 지혜 때문이 아닐까. 한 시간, 하루, 일 년 등의 매듭이 없었다면 인생 100세는 커녕 80세도 힘들 것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되지 않을까. 정상에서 계속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매듭이 없이 굴려 올려야 했기에 그것은 절망이었다.

모 가수의 노랫말처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그렇게 살아야겠지요. 이 겨울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오태익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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