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이 이혁진·이유진 어린이, 엄마 이지영씨와 대담하고 있다.
한라일보와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공동으로 월 1회 '작은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이야기'를 선보입니다. 독자의 눈으로 책을 새롭게 읽고 제주 곳곳 작은 도서관 이야기도 전하게 될 이번 연재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오해받고 쫓겨난 와니니에 속상
그래도 장점 덕에 잘 살거라 기대
창의적으로 자라길 바라는 아이
과잉보호는 아닌지 돌아본 계기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동물들의 삶과 모험, 초원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고 사냥꾼 암사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자신이 하찮게 여겼던 상대 동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깨우쳐가는 와니니. 고난과 역경 속에서 초원의 왕으로 성장해가는 흥미진진한 모습이 전개된다. <이현/장편동화·오윤화/그림 창비아동문고>
▶대담자
이지영: 혁진과 유진의 어머니
이혁진: 풍천초 5학년
이유진: 풍천초 2학년
이용호: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이용호(이하 '이') :어머니와 자녀들이 함께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어린이에게는 꿈을 심어 줄 좋은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가 있나요?
이지영(이하 '지영') : 아이들이 저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책으로 영화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우연히 마을 도서관에서'서귀포시민의 책'을 훑어보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죠. 아이들이 자주 보는 만화책보다, 다양한 동물과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해 줄 것 같아 아이들과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지영 : 아이들은 와니니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억울한 일로 무리에서 나오게 된 상황이 불쌍하고 속상해서 슬펐다고 하네요. 내 일이 아닌 책 속의 일인데도 속상해 하고 다 읽은 후에 감동적이라고 했을 때 아이의 마음에 와니니가 함께 하게 되었다고 느껴졌어요. 어린 사자가 초원에서 살아가기엔 아직 힘든 상황에 부닥쳐 있었고 어린 사자로서 약한 존재였지만, 함께 나누며 무리를 위해서 앞장설 수 있는 멋진 사자로 성장하고 있었거든요. 아이들도 그걸 느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에게'만약 작가가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을 때 기분을 맛이나 색으로 표현하면 어떨까?''새 학년이 되면 어떤 일을 잘 해내고 싶어?' 등의 질문을 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요.
▶이: 자녀들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궁금하군요. 동생 유진이에게 먼저 물어볼게요. 왜 푸른 사자일까요?
유진: 푸른 들판을 달려서 그래요. 친구들과 함께 푸른 들판을 달리는 용감한 사자! 책에도 나오잖아요.
▶이: 푸른 들판을 달리는 용감한 사자! 멋진 모습이 상상되네요.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유진: 와니니가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동물 친구들도 잘못했는데 와니니 혼자 오해를 받고 대장 할머니에게 쫓겨나서 정말 속상했어요.
▶이: 혁진군은 무리에서 쫓겨나는 와니니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혁진: 비록 약해서 무리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와니니에겐 남에겐 없는 장점이 있었어요. 눈과 귀가 어떤 사자보다 밝아서 멀리에 있는 것도 잘 보이고, 작은 소리도 잘 들리기 때문에 초원에서 잘 살아갈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응원을 했어요.
▶이: 어머니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디였나요?
지영 : 약하고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무리에서 쫓겨나 여러 사건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조금씩 성장해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사자로 성장하게 되지요. 자신을 쫓아낸 옛 무리의 마디바를 만나서도 눈을 피하지 않아요. 두려움 앞에서도 당당히 자신이 온 이유를 알리고, 모두를 위해 결단하고 행동하는 한 마리의 멋진 암사자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이: 이 책이 자녀교육에 관해 던진 메시지가 있나요?
지영: 와니니는 암사자 중에서 가장 용맹스럽고 으뜸인 마디바의 딸로 태어나서, 선망의 대상이었고 안정적인 보살핌 속에서 살아왔지만, 무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떠돌이가 된 와니니는 살아갈 희망을 잃었고, 와니니를 지켜보는 초원의 동물들도 와니니가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와니니는 그동안 자기가 하찮게 여겼던 동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남아 초원의 왕으로 성장하게 되지요. 상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동화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자녀를 키우는 저에게 전혀 가볍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쓸모없는 것은 없고, 내 아이가 소중하듯 세상의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의적인 아이들로 자라야 하는데, 과잉보호는 하고 있지 않은지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어요.
그리고, 성산포로 이주해 온 지 삼 년이 되었는데, 청정한 자연환경과 시골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앞으로 자녀들과의 독서계획이 있다면?
지영: 제주도로 내려 올 때는 여행하듯 살아야지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학교와 집을 중심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니 생각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좋아하는 책과 여행을 일상적인 일과처럼 만들어 보려고 해요. 제주도에 있는 여러 도서관을 찾아가서 책과 함께 뒹굴뒹굴하는'책을 만나러 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맛난 도시락 준비하고, 도서관이 있는 마을 주변 산책도 하면서 행복한 소통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첫째 혁진이가 고학년이지만 앞으로도 밤마다 책 읽어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이번에도'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어주는데 매우 좋아했어요. 잠들기 전, 아이들과 책을 통해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두 자녀와 함께 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열운이 작은 도서관의 애용자로서 도서관에 대한 느낌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영: 새로 이전한 건물에서 내려다본 전망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푸른 하늘과 바다와 밭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알맞은 간격으로 자리 잡은 알록달록 지붕들이 흥과 재미를 돋우어 주어서 가만히 책상에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요. 이런 곳에서 책을 접하면 날로 마음이 예뻐질 것 같아요. 아직은 이전하는 중이라 공간의 배치라든지 손 봐야 할 곳들이 보이지만, 곧 자리 잡을 거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마을 분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고, 아이들의 희망과 꿈이 자라는 아름다운 도서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열운이 작은 도서관
친구 같은 도서관이다. 2011년, 운영되던 새마을문고가 문을 닫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이 작은 도서관 건립을 추진했고, 지금까지 주민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속에서 지역주민들에게 건전한 독서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통기타교실, 수채화 미술, 손 글씨, 재봉틀홈패션, 어린이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지역 차별 없이 누구나 참여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열운이는 온평리의 옛 이름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고, 봉사 시간도 승인해주고 있다.
▷개관일=2012년 12월 26일 ▷관장=고영욱 ▷사서=남상표 ▷운영시간-평일 오후 1~6시, 주말 1~5시 ▷휴관=매주 월·금요일, 국경일 ▷주소=서귀포시 성산읍 온평애향로23번길6 /온평다목적회관4층 ▷전화 070-8147-6514, 팩스 070-8147-6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