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의 대평원 연결한 갑마장길대록산 정상 펼쳐진 풍경에 탄성억새물결 따라 함께 걷는길 일품
지난 19일 이른 아침부터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출발 집결지인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정문에는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에코투어의 매력에 빠져 자주 참가하는 단골 참가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고, 경험이 적거나 처음인 듯한 참가자들은 각자 들뜬 얼굴로 버스에 올라탔다.
올해 열두번째 에코투어는 제주아트랜드 입구에서 출발해 가문이오름~목장길~진평천~농로~갑마장길~대록산~갑마장길을 지나 행기머체로 나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이날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오늘 코스에 포함된 오름은 사람이 많이 찾는 오름이 아니라서 길이 다소 험난할 수 있다"며 "어제 내린 비로 인해 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안전에 유의하며 산행을 즐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출발에 앞서 제주아트랜드 입구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진드기 예방 스프레이 등을 뿌린 뒤 본격적인 산행을 나섰다. 출발하기 전 살짝 흐릿했던 날씨는 어느새 높은 하늘을 맑게 보여주며 완연한 가을임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20분쯤 걸었을까. 첫 코스인 가문이오름에 도착했다. 가문이오름은 분화구 내 울창한 산림지대가 검고 음산한 기운을 띠는 데서 유래 됐으며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오름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은 가문이오름이지만, 기슭에 쳐진 철조망과 억새 가시덤불 등으로 인해 길이 험난했다. 20여분 부지런히 오르자 도착한 정상에서는 동쪽 맞은편의 성불오름과 탁 트인 전경에 마음이 시원해졌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목장길을 따라 진평천으로 향했다. 진평천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의 암석 곳곳에는 이끼가 초록색 융단처럼 깔려있었다. 전날 내린 비에 젖은 이끼와 낙엽 등으로 인해 길이 제법 미끄러웠지만, 안전요원들의 도움으로 별탈없이 진평천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갑마장길로 향했다. 갑마장은 표선면 가시리 일대에 조선 선조 때부터 있던 산마장과 인근 국마장에서 길러진 말 중 갑마, 즉 최상급 말들을 조정에 보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길러냈던 곳이다. 갑마장길은 갑마장 터인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과 주변 오름, 목장길 등 대평원을 연결해 조성한 총길이 약 20㎞의 도보 여행 코스이다.
사진 위부터 쑥부쟁이, 닭의 장풀, 미역취
갑마장길은 가을철 억새 관광 코스로 유명하다. 갑마장길로 들어서자 평원의 끝이 안 보이는 억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탐방객들은 억새를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갑마장길의 억새에 취해 30여분 걷자 대록산에 도착했다. 정석비행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대록산은 소록산과 자락을 맞대어 있고, 지형지세가 마치 사슴과 비슷해 큰오름은 큰사슴이(대록산), 작은오름은 족은사슴이(소록산)라 부르고 있다.
오전 산행은 비교적 쉬운 코스였지만, 대록산 코스는 가파른 경사로 인해 꽤 험난했다. 또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길로 진행되는 에코투어의 특성상 무성한 수풀과 미끄러운 길 등으로 쉽지 않은 코스였다.
에코투어 길목에서 만난 열매.
억새와 수풀이 우거진 분화구를 지나 도착한 대록산 정상. 주변 오름과 정석비행장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풍력발전기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구름이 둥그렇게 내려앉아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록산을 내려오고 갑마장길과 행기머체를 끝으로 이날 에코투어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날 부산에서 내려와 정착한지 4년 정도 됐다는 백부기(58)씨는 "취미로 활동하는 사진동아리의 지인이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 참여하게 됐다"며 "하루에 여러개의 코스를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 아닌 색다른 길로 한번에 갈 수 있는 것이 에코투어 만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내달 2일 열리는 제13차 에코투어는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돈내코계곡~한전길~동홍천~한라산둘레길~절로가는길~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코스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