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13일 제주특별자치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제주시 도두동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 등 주민 2명은 지난달 14일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주지법에 제기했다. A씨 등은 제주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정신적 고통과, 펜션 영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제주도가 8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운영하는 펜션은 제주하수처리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50m 떨어진 곳에 있다.
도내에서 지자체를 상대로 하수처리장 악취 피해 배상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국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다만 20년 전 경남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0년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경남 마산시 주민 1100여명이 하수처리장 악취로 정신적 피해 등을 입었다며 마산시를 상대로 낸 재정신청에서 마산시가 이들에게 3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하수처리장 악취로 고통 받은 주민들이 지자체 배상을 이끌어 낸 첫 사례였다.
당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주민 배상을 결정한 이유는 하수처리장 슬러지(침전물) 체류 시간이 설계치와 권장치를 크게 웃돌고, 하수처리장 인근에서 측정한 암모니아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마산시의 하수처리장 운영에 잘못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도 제주하수처리장 악취 발생 과정에서 제주도의 잘못이 있었는지와 잘못이 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탈취(냄새 제거) 장비를 갖춘 제주하수처리장의 '악취방지시설'에서 지난 2018년 12월과 2019년 3월 각각 한 차례씩 배출 허용기준을 넘어선 악취가 측정됐다. 연구원 측은 제주도상하수도본부의 의뢰를 받아 하수처리장 부지 경계와 악취방지시설 배출구에서 대기를 측정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법원이 제주도가 하수처리장을 부실하게 운영하는 바람에 악취가 발생한 것이라고 결론 내면 유사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
지금껏 도내 공공 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 실태를 조사한 연구는 없었다. 지난 2016년 이른바 '하수 대란'을 겪은 제주도는 뒤늦게 2018년 제주하수처리장 악취가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했지만, 연구를 맡겠다는 기관·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도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하수처리장 부지 경계와 악취방지시설에서 각각 16차례씩 악취를 측정했는데 2차례만 기준치를 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었다"면서 "변호사와 상의해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다.
한편 도내 8개 공공 하수처리장 중 제주하수처리장을 비롯해 서부·대정·남원하수처리장은 시설 용량보다 많은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3곳 하수처리장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배출수를 100일 이상 바다로 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