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의 수묵화 사랑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의 수묵화 사랑
서귀포 남성마을 입구에 수묵화 스튜디오 마련
  • 입력 : 2020. 06.13(토) 07:36
  • 김장환 시민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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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사세의 스튜디오를 밖에서 본 모습과 수묵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 사세(思世)는 그의 한국이름이다

베르너 사세(80) 학자 겸 화가가 최근 거주지 인근 서귀포시 남성마을 입구 사거리에 수묵화 스튜디오 쇼룸을 마련해 작품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벽으로 막혀있던 집의 공간에서 벗어나 큰 창을 통해 더 넒은 세계와 연결돼 지나가는 보행객과 차량 속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가는 일상을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부터 꾸미기 시작한 스튜디오에서 이미 몇 점의 수묵추상화를 그렸고 매주 앞 스튜디오 유리창에 두 점의 작품을 교체해 걸어 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미소가 가득했다.

그가 그림을 시작한 시점은 고등학교 시절 단체전에 참여하면서부터라고 했다. 당시 예술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미래를 염려해준 부친의 권고로 진로를 바꾸기는 했지만 서양화에서부터 시작해 20년 전부터는 수묵화를 주로 그려왔으며 따져보면 일생동안 그림을 그려온 것 같다고 그는 전했다.

그의 작품은 명상의 선(禪) 그림 중심의 수묵화인데, 붓은 자신의 영감을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그린 수묵화를 벽에 붙여놓고 1~2주일 관찰하면서 균형을 맞추거나 추가 작업을 한다고 했다. 지난 2006년 한국 거주 이후 20회의 초대전과 17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자신의 수묵화를 "흰 여백이 함께 하는 '서양식 한국화'라고 호칭"하면서 "서양화와 동양화를 구분을 짓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서양화를 하는 화가들을 보면 '한국식 서양화'가 아니고 서양을 그대로 모방하는 경향이 있으며 동양화를 하는 경우에도 19세기 시대를 쫓아가는 인상을 받는다"며 "현대화된 동양화 쪽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표현 방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연구해 온 학자가 된 동기는 1966년 독일에서 한국에 비료공장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기술학교 설립 시 기술용어 한국 전수를 위해 한국에 와서 4년간 거주한 것 때문이었다. 독일로 귀국 후 일본학에서 한국학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박사논문은 '계림유사 고려방언'이라고 그는 회고했다.

한국 관련 책을 독일과 한국에서 5권을 출판했고 한국학 논문은 60여편이 학술지에 게재했다. 최근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프로그램에 따른 1849년 홍성모가 조선의 연중행사와 풍속 등을 정리하여 설명한 세시풍속지인 '동국세시기'를 영어로 번역하고 600여개의 각주를 달아 미국에서 출간예정으로 있는데, 이를 연구하는데 7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철저한 검증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인으로서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한국학 학자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의 전통문화역사에 대해 깊은 조예를 갖고 있음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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