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내봉 '고릉유사' 옛 명성은 어디가고 잡초만 무성

고내봉 '고릉유사' 옛 명성은 어디가고 잡초만 무성
  • 입력 : 2020. 08.23(일) 12:11
  • 김원순 시민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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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마을 설촌 시기는 고내리식 토기가 발견되고 삼별초군도 고내포구로 들어왔다는 마을 원로들 이야기로 보아 제법 오래된 마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높은 산 안쪽에 있다해 고내리(高內里)라고 하며 고내리는 제주에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마을로 많이 알려졌다. 마을 남쪽으로 고내봉이 높게 자리 잡고 있어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다.

고내봉은 올레 15코스를 끼고 있고 둘레길도 잘 조성돼 있었는데 근자에는 무성하게 자란 풀로 둘레길을 찾아 걷기가 매우 불편하다. 오름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많다. 정상으로 가는 길들은 대부분 탐방객들이 많이 찾고 있어 정비도 잘 되고 야자수 매트도 깔아 있는데 오름 허리를 한 바퀴 돋는 둘레길은 엉망이다.

지난 15일 고내봉 둘레길 허리에 있는 '고릉유사'를 찾아 갔다가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았다. 고내리 마을에서 보광사 입구로 올라가는 길 왼쪽에 길가에 나무판으로 화살표를 하고 '고릉유사' 가는 길이라고 표시돼 있다.

표식지에 있는 곳으로 20m쯤 가파르게 오르니 참깨밭이 나오고 풀이 왕성하게 자란(2m 정도) 가시덤불을 헤치며 100m 정도 갔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어 원위치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참깨밭을 지나 200m쯤 갔는데 역시나 였다. 풀이 엄청 자라서 뚫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고내리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물어 하가리로 가는 길로 100m 지점에 도착하니 똑같은 나무판으로 화살표를 만들어 '고릉유사 터 가는 길'이라고 표시됐다. 길인지 가시엉장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어렵푸시 길 같이 보이는 곳으로 또 100m 쯤 오르니 돌계단이 보이고 언덕 위로 바위그늘집자리 형태의 궤가 보였다. 궤는 수성화산 폭발로 쌓인 층으로 이뤄져 있고 길이는 대략 50m 높이는 앞쪽이 2m 정도 안으로 조금 들어가면 아주 얕고 깊이는 2m 남짓한 장소다.

'고릉유사'는 옛 사찰이 있던 곳이다. 스님이 이곳에 작은 절을 지어 불경을 외우고 목탁을 두들겼는데 지금은 그 불경소리도 목탁소리도 들리지 않고 잡풀만 무성하게 자라 찾아가는 이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절터는 잘 남아 있고 정자도 지어 있는데 과연 그 장소를 어찌 알고 찾아가 그 정자에 앉아 불경소리를 재현할까.

행정에서는 고내봉 둘레길 무성한 잡초도 제거해주고 화살표 나무막대기에 이정표가 있는데 길이가 얼마인지 모르니 초행길인 사람들에게는 정말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화살표가 있는 지점에 몇 m라고 표시해야 찾아가는 사람들이 참고가 될 것이다. 고내리 마을에서는 고내봉 오름길과 둘레길 그리고 보광사 뒤에 있는 만물도 잘 정비하면 향토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나 오름을 오르는 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니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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