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에 대한 기억, 콘텐츠의 힘

원도심에 대한 기억, 콘텐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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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 08.24(월) 10:45
  • 김은정 시민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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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것을 더 오래 기억할까? 필자는 현재 원도심에 거주했던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원도심의 그 시절의 기억을 꺼내는 일을 하고 있다. 한때 제주의 중심지였고 제주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여 살았던 곳은 지금은 예전만큼 그 명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들의 기억에 의하면 옷과 구두를 맞추려고 해도, 영화를 보고자해도, 음식을 먹고자 했을 때도 칠성로를 찾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원도심 중심으로 모였고 많은 이들이 산지천을 중심으로 모여 거주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지금, 원도심에 대한 그들의 그 시절 기억을 꺼내고자 할까?

프랑스의 사회학자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기억의 사회적 틀’ 이론을 통해 기억이란 개인적이라는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후 슈만과 스콧(Schuman.H & Scott.J)은 그의 저서 'Generation and Collective Memory'에서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형성된 기억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것들은 성인의 되기 이전의 기억의 훨씬 많고 이 기억은 개인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의 같은 장소의 공통 기억을 꺼내는 것으로 보아 사회적인 맥락이 더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의 제주의 원도심에서 공통적으로 기억하는 '칠성빵집'의 빵, 북국민학교 앞의 '싸구리 점빵', 과자 도매점 '대륙상회', 옷을 맞추었던 '취미라사'와 '민들레 양장점', 페이지를 나누어 매일 가서 책을 읽던 '우생당서점' , 영화를 보던 '제일극장', 차를 마셨던 '동백다방' 등은 그들의 개인적인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자 사회적인 기억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무줄놀이, 하루공, 구슬치기, 제기차기 등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펜팔로 친구를 사귀었으며 전축으로 음악 감상을 하고 미니스커트와 나팔바지를 입었던 시절이었다. 그때보다 훨씬 살기가 편해진 지금이지만 많은 이들의 기억 속의 원도심은 그리운 이들과 함께 사는 행복한 곳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 행복한 시절을 그들은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시절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 이것이 콘텐츠의 힘이다. 과거의 기억이지만 현재와의 연결점, 개인적인 기억 같지만 공감할 수 있는 대상들, 콘텐츠는 이렇게 과정을 거쳐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원도심의 기억의 발현이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콘텐츠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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