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제주4·3 해결 아직도 갈길은 멀다

미완의 제주4·3 해결 아직도 갈길은 멀다
[제주4·3 제73주년](상) '따뜻한 봄'으로 기억될 때까지
73년 전 이념·광기·폭력 '얼룩'..특별법 개정 배·보상 길
  • 입력 : 2021. 03.29(월) 17:51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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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조사·유해발굴·유적지 복원 등 과제도 산적

4월 제주의 봄은 아름답다. 어디를 가더라고 아름다운 꽃들을 만날 수 있다.

 동백꽃과 유채꽃, 벚꽃, 오름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지친 몸과 마음에 위안을 건네준다.

 73년전 4월 제주는 오늘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고 따뜻한 봄 바람이 불었지만 이념과 광기와 폭력으로 얼룩졌다.

 냉전시대 하나된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도민들이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참혹하게 희생됐다.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발포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고를 계기로 저항과 탄압, 1948년 4월 3일의 봉기에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의 해제까지 무력충돌과 공권력의 진압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적으로 희생됐다. 당시 제주인구의 10%에 해당하는 3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제주 4·3사건'이다.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연좌제 등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산 사람들은 그날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그럴수록 기억의 편린은 더 깊숙하게 머릿속에 박혔다.

 그러나 진실은 아무리 흙으로 덮으려 해도 묻히지 않는 법.

 정부와 도민들의 노력으로 4·3의 진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고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때는 4·3특별법 공포와 제주4·3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유해발굴과 유적지 복원이 본격 시작됐다.

 4·3사건의 배경과 기점, 전개과정 및 피해 상황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이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되는 등 사전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성과가 나타났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2014년에는 4·3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였고 올해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의 길을 열어 주었다. 4·3희생자와 유족이 염원했던 배·보상의 길을 열기까지 무려 7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행안부는 현재 진행중인 연구용역을 통해 4·3희생자 위자료 지급기준과 금액, 지급 방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4·3위자료(배·보상)는 한국전쟁을 전후해 발생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등 과거사 관련 사건에 대한 보상기준이 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4·3사건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에 대한 사형 등을 선고한 군법회의와 일반재판의 유죄판결을 일괄재심을 통해 무죄로 선고해야 한다. 이외에 4·3사건과 관련해 도내에서 즉결처분을 받은 희생자에도 적절한 명예회복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4·3사건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4·3트라우마치유센터가 건립된다.

 이로써 어느 정도는 4·3희생자와 유족의 피해를 구제하고 이를 통해 인권의 신장과 국민의 화합에 이바지 할 수 있게 됐다.

 아직도 미완의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진상보고서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4·3희생자유해발굴과 유적지 복원, 1961년 특별조치법으로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과 유족들의 재산문제 등 4·3으로 인한 재산피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어쩌면 제주4·3의 해결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지 모른다. 4·3의 슬픈 역사가 다시는 이땅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의 4·3이 따뜻한 봄으로 기억될때 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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