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선거가 삼류 막장 드라마 이상이라 사람들의 심심찮은 가십거리로 전락했다. 이번 선거에도 여지없이 후보들의 개인사가 도마 위에 올라갔고, 우리는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를 선택해야 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렇게 리더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를 위기에 직면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국민들 스스로 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성을 던져주고 있어 민주사회의 좋은 공부거리가 되기도 한다.
삼류 막장 드라마의 시청자가 일류 드라마 주인공의 사유를 읽어 낼 수 없듯이 우리에게도 일류 시민의 태도, 그 '국민의식'이란 게 없었다. 그래서 같이 즐겼다. 그냥 '표 하나'에 불과했다. 우리를 '표 하나'로 보고 있는 사람에게 복수하듯 우리 역시 이번 대선 후보들을 리더의 깜냥이 아닌 '표 몰이꾼'으로밖에 보지 않는 것, 그뿐이다. 양쪽 다 국민 정체성이 문제였다. 누군가 "네가 바라는 대선 후보에 대한 기준은 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뜸 최소치는 '바보 이반' 최대치는 링컨'이라고 말하겠다. 그동안 삼류 막장 드라마에 취해 있다가 톨스토이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색한 일류 빼고는 다 까먹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참에 민주 국민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을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온전히 나만의 시각이 필요할 때라 셀프 인터뷰해 본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의 앞날에 대안이 없다는 건가?" 물론 있다. 탈 이념, 탈 종교, 탈 특권, 탈 반칙하는 선거다. 요즘 젊은 층들의 의사 결정권을 존중하고 확대해 주면서 나가면 된다. 나는 언제까지 현실에 직면한 문제들의 합리적 대안을 돌출하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토론의 장에서, 순전히 입 연기 오디션만 보다 지쳐 버려야 되는 거냐?, 제발 여야가 함께 연합하고 공동 구상하면 좀 안 되겠냐? 한국 정치는 그때부터 비로소 시작이지 않겠냐 엉? 혼자서 떠들어 대다가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 너나없이 미치는 선거 판이 된 듯해서다.
지금 대전환의 시대다. 누군가는 인류 역사의 대전환을 가져오는 테크놀로지를 abcd로 간단하게 설명했다. AI, Bioiogy, clean, digital 과학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정치문제를 넘어서 인류가 기계와 함께 운명적으로 같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대선 후보들에게 기대했던 깊은 논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것들이다. 국민을 노예로 만드는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 공약과 국민을 삼류로 만드는 후보들의 '그녀 문제'가 대다수 온라인 창을 도배하고 다닌다. 여기에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말하는 확증편향 논의들까지 가세하다 보니 세상이 온통 아수라장 같은 느낌이다.
지금 선거의 핵심은 오로지 '우리에게 코로노믹스 시대에 불어닥친 4차 산업 물결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만한 두뇌와 인품이 있는가'다. 이번 선거에도 '보다 덜 나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이 참으로 딱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고춘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