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제주관광상품 공공기관 심사 줄줄이 통과 '논란'

경찰 수사 제주관광상품 공공기관 심사 줄줄이 통과 '논란'
제주관광협회 운영 '탐나오' 입점돼 6개월간 판매중
중기부 산하 제주창조혁신센터 보육 기업에도 선정
심사 구멍… 법률 전문가 참여 없이 내부 판단 의존
  • 입력 : 2023. 03.16(목) 15:11  수정 : 2023. 03. 21(화) 16:43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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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오에서 판매되는 A업체의 관광상품. A업체는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아닌데도 캠핑용품 대여시 차량을 무료로 빌려주는 관광상품을 팔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탐나오 홈페이지 갈무리.

[한라일보] 속보=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아닌데도 캠핑용품 대여시 차량을 무료로 빌려주는 관광상품을 팔아 경찰 수사를 받는 업체가 해당 사업 계획을 토대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온라인마켓 '탐나오' 입점 심사와 정부 산하기관이 실시하는 보육기업 선정 심사를 모두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과정에서 법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A업체는 '감성캠핑용품 풀세트 대여(캠핑카 무료 제공)'라는 상품명으로 지난해 9월5일 탐나오 입점을 신청해 하루 뒤 입점 승인을 받았다. 이어 일주일 뒤인 그달 13일부터 현재까지 A업체의 관광상품이 탐나오에서 판매되고 있다.

탐나오는 제주도관광협회(이하 관광협회)가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제주 여행 공공 플랫폼이다. 관광객들은 탐나오에서 항공권부터 숙박, 선박, 렌터카, 관광지, 레저, 맛집, 특산품, 기념품 등을 예약·구매할 수 있고, 입점 업체는 관광협회로부터 홍보·상품 디자인 서비스 등의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A업체 관광상품이 현행법 위반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A업체가 자동차 대여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자신들이 임차한 캠핑용 차량을 캠핌용품 유상 대여 조건으로 관광객에게 빌려 줘 불법 자동차 대여 영업을 했다며 지난 10일 경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는 그 차량을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할 수 없다. 또 자동차 대여사업을 하려면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관할관청에 등록해야 한다. 제주도의 판단대로라면 현행법에 저촉돼 팔 수 없는 관광상품이 탐나오에서 6개월 가량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캠핑용품 대여시 캠핑카 무료"… 경찰 수사 파장

관광협회 관계자는 "A업체가 입점을 신청할 때 판매할 상품 분류에서 렌터카가 아닌 '레저'로 선택했기 때문에 해당 업종에 필요한 서류를 주로 심사했다"며 "다만 심사 과정에서 업체가 무료 제공이라고 주장해도 차량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대여사업자 등록증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당시 해당 상품이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었고, 뚜렷한 법 위반으로 단정 지을 수 없어 입점을 승인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심사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관계기관 유권해석이나 법률 자문을 얻은 뒤 입점을 승인한 것이냐'는 질문에 "내부 판단으로만 결정했다"고 말했다. 입점 심사에 참여한 협회 직원 중 법률 전문가는 없었다.

A업체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가 육성하는 보육 기업으로도 선정돼 있다. A업체는 현재 판매 중인 관광상품에 대한 사업 계획으로 보육 기업 선정 심사를 지난해 말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는 보육 기업에게 입주, 홍보 마케팅, 투자 연계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센터 관계자는 "보육 기업은 사업 계획의 혁신성 등을 주로 평가해 선정한다"며 "사업 계획이 현행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심사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관광협회와 마찬가지로 보육 기업 심사 과정에도 법률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A업체는 보육 기업으로만 선정됐을 뿐 현재까지 센터 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며 "다만 보육 기업을 상대로 실 투자가 이뤄질 때에는 법률 전문가가 참여한다"고 전했다.

한편 A업체는 "고객 편의를 위해 캠핑카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고, 무상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임차한 차량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합법 영업이라고 주장했다.

여객자동차법에는 법인이나 5명 이상 근로자를 채용한 개인사업자일 경우 임차한 차량을 임대차 계약서에 적시된 운전자가 아닌 다른 사람도 운전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데, A업체는 캠핑카를 유상으로 빌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규정을 활용하면 이런 방식의 영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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