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멸망의 창조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김정호의 문화광장] 멸망의 창조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 입력 : 2023. 08.08(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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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오펜하이머'가 우리나라에는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되지만, 일본에는 언제 상영할지 미정이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핵폭탄의 피해를 본 나라가 일본이기에 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1945년 8월 6일에 히로시마, 8월 9일에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결과로 식민지에서 해방을 맞이했기에 원자폭탄에 대해서 긍·부정의 양가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1939년 나치가 원자폭탄을 만들 가능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맨해튼 계획에 따라서 원자폭탄 개발을 진행하고, 독일이 1945년 5월 8일 항복하고, 오펜하이머가 7월 16일 뉴멕시코주에서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을 성공시키는 부분과 이후 반핵 운동에 나서고 공산주의자라는 의심을 받는 고뇌와 시련을 그리고 있다. 원폭 투하의 결과를 보고 오펜하이머는 나는 죽음,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후회한다.

영국 출신의 놀란 감독은 '메멘토'(2000)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터스텔라'(2014), '인셉션'(2010) 등으로 감독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작가이다. 2017년에는 2차대전 초기 영국군이 나치에 쫓겨 프랑스 덩케르크에서 영국 본토로 탈출하는 이야기를 다룬 '덩케르크'를 연출해 시각과 청각의 독특한 연출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는 영화 전부를 70㎜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요즘은 영화를 대부분 디지털 비디오로 촬영하는데, 예전의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하고, 핵실험 장면도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다룬 또 다른 영화로 '멸망의 창조'(1989)가 있다. 이 영화는 '미션'(1986)과 '킬링필드'(1984)를 연출한 영국 출신의 롤랑 조페의 작품으로,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그로브즈 장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군인들과 오펜하이머 등 과학자들과의 갈등을 담고 있다. 원제는 'Fat man and Little Boy'로 각각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별칭이다.

원폭을 다룬 일본 영화 중 추천할 만한 영화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만든 '검은 비'(1989)이다. 방사능 낙진이 섞인 히로시마의 검은 비를 맞은 부부와 여자 조카 야스 코는 원폭 투하 5년 후 당시 생존자들과 한마을에 살고 있으나, 이들은 후유증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고, 방사능비를 맞은 야스코는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하며, 결혼 후 미래에라도 방사능에 의한 고통을 받지 않을까 고민한다. 동명의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대본에 알랭 레네 감독이 연출한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은 2차 대전 때 독일군을 사랑했던 프랑스 여배우가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 중에 만난 일본인 건축가의 사랑을 통해 서로의 전쟁의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다루어 세계영화사의 걸작이다.<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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