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주거 양극화 해소 제주도정이 적극 나서야

[문미숙의 백록담] 주거 양극화 해소 제주도정이 적극 나서야
  • 입력 : 2023. 10.16(월) 00:00  수정 : 2023. 10. 17(화) 19:55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이달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제주지사가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의 5개 단지 85세대의 국민임대단지 예비입주자를 모집했는데 1402명이 신청했다. 이 중 1인 가구 대상의 한 임대아파트는 10명 모집에 634명이 몰렸다.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에 버금가는 제주지역의 높은 주거비 탓에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서민층이 높은 집값에 절망하는데, 8월 말 기준 도내 미분양 주택은 2422호로 역대 최대다. 1년 전(1213호)보다 딱 갑절 증가한 주된 원인이 '비싼 가격'이라는데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도내 민간아파트 평균분양가격은 ㎡당 774만원, 3.3㎡로 환산하면 255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8.7% 올랐다. 전국평균(1653만원)보다 54.6% 높고, 서울(3180만원) 다음으로 비싼 수준이다.

지난달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미분양 증가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격이 11억원을 넘어 수도권과 맞먹는다는 의원들의 질문이 나왔다. 이에 오영훈 제주지사는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났던 흐름들이 있었던 만큼 외지인 소유 비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론 실망스런 답변이었다. 문제는 외지인 비율이 아니라 분양가 거품으로 제주시 도심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한다는 데 있다. 2021년 상반기~2022년 상반기 도내 민간아파트 분양가 급등은 정부가 제주와 강원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투기수요가 제주로 몰린 '풍선효과' 영향이 컸다. 도내 아파트 매매거래량 가운데 외지인 매입 비중이 역대 최대였던 해가 바로 2021년으로, 23.5%(매매거래 4703호 중 1107호)에 달했다. 도내 민간아파트 평균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역대 최고가인 9억원대까지 뛴 것도 같은 해다. 그 여파로 기존 단지형 아파트 값도 삽시간에 84㎡ 세대당 2억~3억원 급등했다. 그걸 모르지 않을 도정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다시 외지인들이 몰려와 제주를 투기판으로 만들어 주기라도 기대한단 말인가?

물론 역대급 분양가 급등은 전임 도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민간아파트도 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급등할 경우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전매 제한을 둘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제도 개선을 통한 권한 이양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공공택지를 추가 조성해 얼마만큼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 "아파트값이 더 뛰지 않을까"하며 불안해하는 실수요층을 안심시켜야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근래 서민층의 관심은 도내 첫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중인 오등봉공원(1401세대)과 중부공원(728세대)에 들어설 민간아파트에 쏠려 있다. 두 곳의 분양가가 도내 주택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서다. 두 도시공원 내 아파트가 공공택지가 아니어서 제주도의 분양가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를대로 오른 도내 시세를 고스란히 반영하지 않도록 제주도나 제주시가 제 역할을 해 줄 것을 도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문미숙 편집부국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99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