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수… 제주 주취자응급센터 2곳 문 닫는다

경찰 철수… 제주 주취자응급센터 2곳 문 닫는다
제주대병원·서귀포의료원에 각각 운영 종료 계획 통보
일부 센터 이용 실적 저조 제주한라병원 1곳으로 통폐합
의료기관 "경찰 철수 시 의료진 폭행 사건 대처 힘들어"
  • 입력 : 2024. 01.02(화) 17:17  수정 : 2024. 01. 05(금) 11:17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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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경찰이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 등으로 제주지역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2곳에 근무하던 경찰관을 모두 철수 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2곳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조만간 문을 닫는다.

2일 제주경찰청과 도내 응급의료센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제주대학교병원과 서귀포의료원에 "올해 상반기 인사 단행 후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각각 통보했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이하 주취자센터)는 범죄 표적이 되거나 안전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는 주취자를 경찰이 의료기관에 이송해 의료진과 함께 보호·관리하는 곳을 말한다. 과거 경찰은 의식이 없는 주취자를 발견하면 지구대로 데려와 보호·관리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돌연사 또는 자해, 다른 민원인에 대한 폭행 등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고, 경찰력 낭비가 심각하자 경찰은 2012년부터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전국 각지에 주취자센터를 순차적으로 설치했다.

제주에서는 2019년 제주한라병원과 서귀포의료원을 시작으로 2021년 제주대병원에 주취자센터가 각각 설치돼 운영 중이다. 주취자센터 1곳 별로 경찰관 3명이 배치돼 날마다 1명씩 24시간 상주하며, 이들은 주취자 보호에 더해 혹시나 모를 의사·간호사 폭행, 난동 사건 등에도 대응한다.

그러나 경찰은 일부 주취자센터의 이용 실적이 저조해 경찰관을 24시간 상주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3곳 중 2곳에 대해선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3곳 주취자센터에서 경찰관이 하루 평균 보호·관리한 인원은 의료기관 별로 한라병원 0.7명, 제주대병원 1.7명, 서귀포의료원 0.4명이다. 수치 상으론 제주대병원이 가장 많지만 해당 통계는 주취자가 아니라 정신질환자를 보호·관리한 실적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대병원엔 주취자 전용 병상이 없어 주취자를 발견해도 해당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다"며 "대신 제주대병원엔 정신질환자 관찰 병상이 있어 상주 경찰관이 이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선 치안 현장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용 실적이 적은 주취자센터의 경찰 정원을 지구대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큰 틀의 치안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3곳 주취자센터를 한라병원 내 센터 1곳으로 통합해 보호센터로 전환하면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같은 계획을 오는 10일 자치경찰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반면 주취자센터에서 해제되는 의료기관은 난처해 하고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애초 증축하는 병상에서 주취자 전용 병상을 운영하기로 경찰과 협약을 맺었다. 증축이 완료되면 전용병상을 운영하겠다고 했는데도 폐지하겠다니 난감하다"며 "경찰관이 철수하면 의료진 폭행 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귀포의료원 관계자는 "폐지 이유가 치안 인력 부족 문제 때문이라고 하니 반대할 수 없지만, 경찰관이 철수하면 의료진 폭행, 난동 사건 등에 대한 대처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제주경찰이 접수한 주취자 112 신고는 2021년 1만4547건, 2022년 1만9610건, 2023년 11월 1만5584건 등 매해 1만4000건 이상이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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