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탐라국입춘굿' 행사 첫날인 2일 관덕정 마당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의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액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보내는 의식인 사리살성. 오은지기자
[한라일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을 이틀 앞둔 2일 제주의 새봄을 여는 큰잔치 '탐라국입춘굿'의 막이 올랐다.
한 해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굿이면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제주 사람들의 신명나는 축제로 되살린 '탐라국입춘굿'은 올해 '움트는 새봄, 꽃피는 새날'을 주제로 제주목 관아 일원에서 도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제주시 주최에서 올해 처음 제주특별자치도 후원 행사로 바뀌면서 제주도 단위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액운을 없애고 무사안녕을 비는 춘경문굿을 비롯 새봄맞이 마을거리굿, 입춘춘등 달기 등이 서귀포시 지역에서도 함께 진행되면서 제주시 지역에 집중됐던 '탐라국입춘굿' 행사가 도 전역으로 확장하는 시작점에 섰다.
더불어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주큰굿보존회, 영감놀이보존회 등 도내 3개 보존회가 처음으로 함께 참여해 입춘굿을 준비하면서 전도 심방들이 모두 모여 도황수를 뽑고 그를 중심으로 입춘굿을 준비하고 함께 축제를 만들었던 전통을 되살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로써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겼다가 1999년 제주민예총이 전통문화축제로 복원한지 사반세기 만에 민·관·무(巫)가 하나 돼 펼쳤던 축제로서의 복원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가족 건강, 행복 기원... "뜻하는 모든 일 다 이루는 한 해 되길"
행사 첫날인 2일 행사장인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엔 추적추적 겨울비가 이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탐라국입춘굿' 축제를 즐기려는 도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다만 비 날씨에 방문객들이 쓴 소원지를 춘등에 달지 못하는 등 일부 참여 프로그램이 제한적으로 운영돼 아쉬움을 남겼다.
춘등에 달리진 못했지만 방문객들은 소원지에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친구와의 우정이 더 깊어지길, 무사 취업과 사업이 번창하길 바라는 등 저마다의 바람을 담았다.
이날엔 자청비에게 제주섬의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 세경제에 이어 강창화 서예가의 입춘휘호 퍼포먼스, 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액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보내는 의식과 함께 콩을 뿌려 신년 액막이와 풍요를 기원하는 사리살성과 낭쉐코사가 진행됐다. 한 해의 나무로 만든 소를 이르는 '낭쉐'는 탐라국입춘굿의 상징물이다. 올해 낭쉐는 강문석 작가가 제작했다.
특히 올해는 제주도 단위 행사로 진행되면서 세경제의 초헌관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아헌관은 김경학 제주도의회의장, 종헌관은 송응준 농촌지도자제주도연합회장이 맡아 치러졌다.
'2024 탐라국입춘굿' 행사 첫날인 2일 관덕정 마당에서 강창화 서예가가 큰 붓으로 올해 입춘휘호를 써내려가고 있다. 오은지기자
강창화 서예가는 이날 입춘휘호 표어로 올해 행사 주제인 '움트는 새봄, 꽃피는 새날'과 '청룡이 푸른 바다 위를 날으니 신령스런 광명(빛)이 난다'는 뜻의 '청룡비창해신광사(淸龍飛滄海神光射)'를 써내리며 청룡의 해인 올해 빛나는 제주도가 되길 기원했다.
이어진 사리살성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의장을 비롯해 행사를 주관하는 (사)제주민예총 김동현 이사장이 참여했다.
사리살성에 앞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입춘, 새로운 날이 열리는 날"이라며 "대한민국과 제주도가 입춘처럼 새롭게 봄이 열리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김경학 의장은 "뜻하는 모든 일들이 다 이뤄지는 갑진년 한 해가 되기를 바라겠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김동현 이사장은 "복 중의 제일 좋은 복은 사람복"이라며 "올 한해 여러분들 곁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한 해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다"고 말했다.
'2024 탐라국입춘굿' 행사 첫날인 2일 관덕정 마당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회의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액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보내는 의식인 사리살성. 오은지기자
올해 '탐라국입춘굿'행사는 3일 열림굿에 이어 입춘 날인 4일 입춘굿으로 막을 내린다.
3일엔 성안기행, 탈굿놀이, 제주굿 창작 한마당, 입춘수다&메밀떡 나눔 등 입춘을 축하하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이 펼쳐질 열림굿이 진행된다.
제주민예총은 '탐라국입춘굿'이 전통 복원에서 나아가 세대를 아우르는 풍성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젊은 세대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제주의 무속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공연 및 체험 행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마지막 날인 4일엔 행사 복원 후 처음으로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주큰굿보존회, 영감놀이보존회가 함께하는 입춘굿을 만나볼 수 있다.
또 탐라국의 왕이 직접 풍요를 기원하는 친경적전(親耕籍田) 의식을 재현해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호장이 돼 낭쉐를 잡고 입춘덕담을 한다.
입춘천냥국수, 입춘장터 등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참여마당(3~4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도 마련된다.
한편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탐라시대부터 이어져왔다는 입춘굿은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겼다가 1999년 제주민예총이 전통문화축제로 복원했다. 코로나19로 2020년 한 번 해를 걸렀지만 해마다 '탐라국입춘굿'이란 이름으로 농경사회 풍농굿의 전통을 잇되 오늘날 제주 각계의 염원을 담아 화합과 안녕, 풍요를 기원하는 새해, 새봄맞이 축제로 이어져 올해 25회째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