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제주형 행정 체제 개편에 부쳐

[문만석의 한라칼럼] 제주형 행정 체제 개편에 부쳐
  • 입력 : 2024. 05.07(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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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방 행정 체제’는 지방자치 및 지방 행정의 계층 구조, 지자체의 관할구역, 광역과 기초 간 기능 배분 등과 관련한 일체의 체제를 뜻한다. 제주의 행정 체제는 1925년 도제 개편 이후 여러 변화를 겪어 왔고, 2006년 4개 시·군이 폐지되는 단층제 구조로 광역 지자체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설치되었다.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는 제주도정으로 권한이 집중되는 제왕적 도지사의 폐해와 행정시의 법인격 부재로 인한 권한 미비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동안 행정시장 직선제 등 단층제 구조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으나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민선 8기 들어서 '제주형 행정 체제 개편 공론화'를 추진하여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는 3개 행정구역 단수안을 발표했다.

제주특별법 제1조는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한다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강원특별법과 전북특별법에도 같은 문장이 설치 목적으로 규정되면서 퇴색되었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성은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린 고도의 자치권에 있다. 제주특별법 제4조 제1항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방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6차례의 제도 개선을 통해 4660건의 특례를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양하여 정책 형성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강화되었으나, 고도의 자치권 보장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나 사무를 단순 이양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아우르는 개념임에도 그간 지방자치 논의를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관계를 규율하는 단체자치 측면에만 한정해 진행했다.

주민자치는 지역 주민 스스로 지방 행정을 처리하는 일이고,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 제주특별법 제10조는 제주특별자치도 관할구역에 기초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않고 행정시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기초자치단체의 설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나 다행히 최근 법 제10조의 2항을 신설하여 행정 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는 경우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행정 체제 개편과 주민 참여의 길을 열어 놓았다.

'제주형 행정 체제'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가 고도로 보장되고, 제주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이 구체적으로 투영되는 체제여야 한다. 단순히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는 데에서 나아가 수치로 재단할 수 없는 도민의 삶이 행복한 체제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민선 8기 도정의 비전인 '다 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에 다 함께 도달해야 하는 제주의 미래를 구체화하고, 도민의 삶이 빛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제주형 행정 체제의 성패는 결국 다 함께하는 도민의 총의에 달려 있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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