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햇볕이 따갑다. 무더운 여름이 가기 전 봄은 우리를 제주의 자연으로 내몬다. 가장 제주적인 자연은 뭐니뭐니 해도 오름이다.
오름은 제주의 상징이다. ‘오름에서 나서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제주인에게 있어서 오름의 중요성을 실감케 해 준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름으로 향했다.
오름의 왕국이라 일컫는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앞오름(前岳)이 그 목적지이다. 앞오름은 산모양이 움푹파여 있어서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 아부오름(亞父岳)이라고 한다.
1901년 제주의 민란을 소재로 한 영화 ‘이재수의 난’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앞오름은 ‘아부오름’으로 우리와 더욱 친숙해졌다.
아부오름은 해발 3백1m, 높이 51m, 둘레 2천12m, 면적 31만4천9백26㎡로 완만하고 매우 단순한 형태의 원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아부오름 입구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름 정상에 올랐다. 마을 어귀에 있는 동산을 연상시키는 매우 완만하고 단순한 형태였다. ‘앞오름’이라는 표석을 뒤로 하고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정상에 올랐다.
아부오름 정상에 오르자 어림잡아 80m가 넘는 굼부리(분화구)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어찌보면 천연 축구경기장 같기도 하고, 영화속에서만 보아왔던 고대 로마의 경기장 같기도 했다.
오름 정상을 천천히 돌며 제주의 중산간 정경을 눈에 담아봤다. 다양한 모양으로 다가오는 오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간간이 굼부리 안을 보니 띠를 두른 것처럼 삼나무가 심어진 모습이 이채롭다.
아부오름은 북방계 식물로 희귀식물인 피뿌리풀의 최대 자생지로 알려져 왔으나 무차별적인 남채로 인해 거의 멸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굼부리 안에는 영화촬영 등으로 인해 훼손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서 아쉬움을 더해준다. 오름을 오르기에 가장 좋은 이 봄 주말을 맞아 길을 떠나보자.
▶찾아가는 길=제주시에서 동부산업도로를 타고 대천동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구좌읍 송당∼대천간 1112호 도로가 나온다. 1112호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건영목장 입구에서 성산읍 수산2리쪽으로 1km정도 가다보면 길 왼쪽에 아부오름이 나타난다.
[사진설명]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아부오름은 정상이 움푹 패인 분화구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