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업의 활로를 찾는다/대안산업 녹차](2)가고시마의 교훈

[제주농업의 활로를 찾는다/대안산업 녹차](2)가고시마의 교훈
기계화로 효율·생산성 탁월…‘茶메카’ 부상
  • 입력 : 2005. 09.08(목) 00:00
  •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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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가 일본 차 중심지로 부상한 데는 좋은 재배 환경과 기계화, 집단화, 신품종 식재 등 복합적 요인이 있었다. 이러한 요인들로 말미암아 가고시마는 일본 제일의 경쟁력 있는 녹차산지로 거듭 태어났다./사진=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

경사지 5도 이하 평탄지에 다원 조성

‘야부기다’ 단일 품종서 다원화에 성공

3백평당 수익 11만7천엔 시즈오카 2배

“제주 茶산업 경쟁력 가고시마가 입증”


차하면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 화개를 떠올리지만 제주는 국내 차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생산지다. 그러나 재배농가와 면적이 전국의 규모에 비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해 제주가 차산지라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태평양그룹의 (주)장원산업은 제주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차산지라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장원은 서귀포시 도순과 남군 안덕면 서광서리, 남원읍 한남리에 모두 60만평 규모의 다원을 운영중인,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고의 차 생산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장원이 80년대부터 다원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눈여겨 본 지역이 바로 일본 최남단 가고시마(鹿兒島)였다. 장원산업의 김영걸 상무는 “가고시마가 일본 차 중심지로 부상한 데는 좋은 재배 환경과 기계화, 집단화, 신품종 식재 등 복합적 요인이 있었다. 우리는 시즈오카와 가고시마 차산지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다원을 조성하고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가고시마는 장원의 벤치마킹 대상지였다.

 신흥 차 산지로서의 가고시마는 장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 차산업의 가능성과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우선 가고시마 차 산지를 직접 둘러보면 다원으로 조성된 지역이 대부분 산간 경사지가 아닌 평탄지에 자리잡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가고시마현에서도 최대 차 산지로 꼽히는 남부 에이초, 지란초, 마쿠라자키의 차 산지는 대부분 평지에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의 이름을 딴 차 제품을 브랜드로 유통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곳곳에 차 시음장이 자리잡고 있다.

 평탄지에 자리잡은 다원은 경사지에 비해 노동의 효율성이나 토지 이용성이 높다는 특장이 있다. 이는 결국 기계화를 가능케 했다.

 (주)장원과 (사)일본다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일본의 녹차산지를 사실상 주도해 온 시즈오카는 전체 다원의 54%인 1만1천2백60ha가 기계화가 불가능한 경사도 11도 이상의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비해 가고시마는 다원 전지역이 거의 1백% 기계화가 가능한 경사도인 10도 이하의 지형에 자리잡고 있어 작업 효율성이 뛰어나다.

 ‘일본 농림업 센서스’는 노동효율성 면에서 경사도가 많은 지역에서 3백평을 관리하는데 년간 83시간이 소요되는 반면에 경사도가 낮은 지역의 정비된 다원에서는 51시간의 노동시간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평탄지에 조성된 가고시마의 다원은 기반정비에 의해 대부분이 기계화 되어 있고 스프링쿨러 등의 관수시설도 상당 면적 도입되어 있어 작업 시간 효율성이 높고 자연재해에도 더욱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농수산성 자료에 의하면 2002년 현재 시즈오카는 다원의 12%인 2천4백93㏊만이 승용형관리기(승용형채엽기)가 도입되어 있는 반면에 가고시마는 76%인 6천3백13㏊의 면적이 기계화되어 있다. 일본 전체 다원 면적 중에서도 24%만 기계화된 것으로 볼 때 가고시마의 기계화율은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로 인한 소득도 노동시간 1시간당 시즈오카가 2천5백7엔인데 비해 기계화가 가능한 가고시마는 3천8천51엔으로 농가소득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제주에 조성된 다원들은 모두 경사도가 5도 이하 지역에 위치, 기계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지리적인 조건만 보더라도 제주 차산업의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가고시마는 차 품종 선택에서도 혁신사례로 평가받는다.

 일본 전통의 차 주산지인 시즈오카는 대부분의 다원이 ‘야부기다’ 단일 품종을 심었으나 가고시마는 여러가지 품종을 도입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일본의 품종 보급상황을 들여다 보면, 1954년 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다원이 재래종으로서 우량 품종화 되어 있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생산성과 품질이 뒤떨어지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야부기다 품종이 육성 등록되고 품종의 우수성과 장점들이 농민에게 인식되기 시작해 재래종은 폐기되고 ‘야부기다’ 품종으로 대체되었다. 2002년 현재에는 일본 다원의 약 80%가 야부기다 다원이 되었고, 재래종 다원은 거의 폐원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야부기다의 우수성으로 인해 야부기다 품종만을 집중적으로 심다보니 다원의 품종 단일화 등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었다. 수확 시기의 집중으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공장의 처리능력에도 한계에 이르러 결국에는 수확시키가 연기되는 바람에 품질이 저하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시즈오카는 지금도 전체 다원 면적의 약 93%가 야부기다 단일 품종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반면에 가고시마는 야부기다가 43%만 식재되어 있고 야부기다와 생육시기가 다른 ‘유타카미도리’(25%), ‘가나야미도리’(5%), ‘오쿠미도리’(3%), ‘사에미도리’(3%), 기타 18% 등으로 품종을 다변화시켰다. 결국 야부기다와 생육시기가 다른 품종을 50% 이상 도입함으로써 품종 단일화로 인한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10∼20년 사이에 조성된 면적이 상당부분 차지하는 가고시마는 시즈오카에 비해 신생다원이 많다. 이는 차나무 수령이 아직 어려서 전체면적의 70% 이상의 차나무가 경제적 한계 수령인 30년생 이하로 생산성이 높다는 점을 반증한다.

 3백평당 다원의 생산성도 1990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시즈오카가 가고시마 보다 높았으나, 1990년 이후부터는 가고시마의 생산성이 시즈오카를 앞서기 시작했다.

 특히 가고시마의 효율적인 영농으로 인한 생산경비의 감소로 실질적인 수익성(조수익-생산비)은 3백평당 11만7천엔으로 시즈오카의 6만4천엔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가고시마의 경쟁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말미암아 가고시마는 일본 제일의 경쟁력 있는 녹차산지로 거듭 태어났다. 제주에 다원을 조성한 장원은 가고시마의 이런 장점들을 제주에 집약함으로써 제주 차산업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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