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제주벌초 풍습

[테마기행]제주벌초 풍습
조상님의 음덕을 기립니다
  • 입력 : 2007. 09.08(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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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 나가있는 후손들도 모여 '모듬벌초'

도내 초·중·고 대부분 11일 자율적 성묘방학



이맘때쯤 제주사람들의 인사중에 "벌초는 했느냐"는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풍습은 제주가 타지역보다 유별나다.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음력 8월1일을 전후해 평소 한산하던 제주의 중산간은 몰려드는 벌초인파로 들썩거린다.

이는 제주의 오랜 벌초풍습으로 일가 친척들이 한데 모여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조상의 묘소에 올리고 묘를 벌초한다.

벌초는 보통 8촌 안팎의 친족들이 모여 조상의 묘소를 단장하는 '가족벌초'와 입도조부터 4대조 묘까지 깨끗하게 손질하는 '모듬(합동) 벌초'로 나뉜다. 대부분의 집안에선 가족·모듬벌초를 이틀에 걸쳐 실시하지만, 후손이 적은 집안에선 몇날 며칠에 걸쳐 벌초에 나서기도 한다. '모듬벌초'에는 수 십명의 가족이 모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제주에선 조상묘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는 것을 큰 불효로 친다. 어쩌다 벌초를 하지 않은 산이 눈에 띄면 그 집안의 됨됨이를 가늠하는 척도로 삼을 정도다.

'식게 아니한 건 놈 모르곡, 소분 아니한 건 놈이 안다(제사 아니한 것은 남 모르고, 소분 아니한 것은 남이 안다)'는 제주속담이 전해내려올만큼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벌초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제주를 떠나 다른지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후손들도 벌초에 참가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도 벌초를 위해 제주를 찾기도 한다. 때문에 9일 제주기점 국내선 비행기표는 여름 피서관광이 끝났음에도 벌초 귀성객으로 인해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으며,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느냐"는 민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음력 8월 초하룻날은 제주도내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자율적으로 성묘방학을 실시하기도 한다. 남자만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엄마 아빠가 자녀들에게 조상의 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벌초행렬에 동반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올해는 약 60%의 학교가 벌초방학을 실시, 제주의 고유풍습인 벌초를 몸소 체험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은 "다른지방의 경우 추석 명절날 성묘를 가는데, 제주에선 추석전에 미리 벌초를 마치는 세시풍속이 전해내려온다"며 "학교 벌초방학도 자녀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핵가족화와 다른지방에 나가사는 이들이 많은 일부 가정에서는 묘소 관리의 어려움으로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기는 등 유별난 제주의 벌초문화에도 차츰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음력 8월 초하루를 코앞에 둔 이번 주말과 휴일, 제주 중산간 지역의 들녘은 조상의 묘소를 깨끗이 단장하려는 벌초객들의 물결로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예초기 안전장구 착용을"

쯔쯔가무시증 감염·독버섯·벌떼 공격도 주의해야


제주도내 전역에서 벌초행렬이 이어지면서 벌초와 관련한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날카로운 예초기 날에 상처를 입거나 벌에 쏘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특별자치도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동안 벌초시기에 발생한 안전사고는 50건이 넘는다. 예초기 관련이 절반을 차지하고, 식중독이나 벌쏘임이 나머지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초기는 날이 날카롭고 회전속도가 빨라 신체부위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벌초하기 전에 사용할 예초기는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벌초시 예초기가 돌에 부딪치면 날이 깨져 사용자에게 날아올 수 있으므로 작업전에 주변환경을 반드시 살피고, 또 작업반경을 확보해 반경내에는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제주 전역에서 벌초 행렬이 이어지면서 벌초와 관련한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예초기 날에 상처를 입거나 벌에 쏘이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을철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벌초시에는 긴소매옷과 긴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특히 가을철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 감염을 막으려면 야외활동시 풀밭위에 옷을 벗어놓거나 눕지 말아야 한다. 쯔쯔가무시증은 들쥐 등에 기생하는 털 진드기에 물린 후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두통, 피부발진 등이 나타나는 법정3군 전염병이다. 도내에서는 2001년 이후 5명의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19명이 발생했다.

또 벌초시 향수, 스프레이, 화장 등으로 강한 냄새를 유발하거나 밝은 색상의 옷을 입으면 벌이 달려들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벌떼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벌떼를 피해 달아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20m정도 떨어진 곳으로 도망쳐 자세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벌떼를 쫓기 위해 옷이나 수건 등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도 오히려 벌떼를 자극할 수 있다.

해마다 벌초철이면 반복되는 야생독버섯 복용으로 인한 식중독도 벌초객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의 하나다. 식용버섯과 독버섯은 일반인들이 육안으로 정확하게 식별하기가 매우 어렵고, 독버섯에 대한 기초지식도 부족해 무심코 채취했다간 화를 당할 수 있다.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식별하는 방법은 산에서 채취한 버섯과 생강조각, 흰쌀밥 약간을 프라이팬에 넣고 양념이나 조미료를 넣지 말고 볶았을 때 색상이 갈색이나 검게 변한다면 그 버섯은 절대 섭취해서는 안된다.

독버섯은 독의 성분에 따라 그 증상이나 위험정도가 다른데, 섭취시 20분 내에 증상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강직, 복통, 설사 등을 동반하는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독버섯을 섭취했을 때는 약간 더운물이나 1%의 식염수를 다량 섭취한 뒤 목구멍을 자극해 토하게 한 후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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