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60) 천창수·김성희씨 부부

[토요일에 만난 사람](60) 천창수·김성희씨 부부
"잇단 재해 가족愛로 극복"
  • 입력 : 2007. 09.22(토) 00:00
  • /문미숙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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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재해로 무밭·단무지공장에 큰 피해를 입은 천창수·김성희씨 부부는 추석 때 만날 가족을 생각하며 재기를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무밭·단무지공장 '나리'로 또 손실
추석때 만날 가족 생각하며 구슬땀


"태풍 피해소식을 전해듣고 제주시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아들과 딸에게 화만 잔뜩 냈습니다. 속상한 마음을 딱히 풀 데는 없고, 그래도 가족이라고 편했나 봅니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 밭농사와 단무지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는 천창수(53)·김성희씨(49) 부부는 태풍 '나리'가 할퀴고 간 단무지공장을 정리하다 말고 자식들에게 괜히 화풀이한 게 못내 마음이 걸리는듯 자식들 얘기부터 먼저 했다.

사실, 천씨 부부는 이달초 동부지역을 휩쓴 수마로 갓 파종한 3만여평의 무밭이 피해를 입었을 때만 해도 낙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무밭 3분의 2 가량은 잘만 관리하면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상태인데다 다른 수입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집중호우 생채기를 미처 돌보기도 전에 이번에는 태풍 '나리'가 삶의 터전을 크게 흔들어놓고 가버렸다. 태풍은 무밭을 거의 폐작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천씨 부부가 온갖 정성을 쏟아온 단무지공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강풍은 4백37㎡ 규모의 공장 지붕을 통째로 앗아갔으며, 공장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쌓아둔 물품에도 피해를 입혔다.

하루에 4톤정도의 단무지를 생산, 도내 유통매장 등에 납품해 왔는데, 거래처와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무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여름 1천여만원을 들여 자신의 무밭에 흙까지 덮은 일이 허사가 되고 보니 한숨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웃인 마을 농가들이 정성들여 키운 무를 사들여 10년 전쯤부터 단무지를 만들고, 이를 도내 소비자들에게 공급함으로써 나름대로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도 컸었는데 앞으로 이 공장을 언제쯤 돌릴 수 있을 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마을 일에도 열심인 천씨는 올해 1월까지만해도 마을 이장이었다. 당시 천씨는 마을 일 돌보랴, 공장 운영하랴, 밭농사 지으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서 마을 이장직을 마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우선 집안 일인 단무지공장을 최고로 키워내는 일이다. 납품처를 하나라도 더 늘리고 단무지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장시설 현대화도 진행시키던 터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물과 바람이 이들의 꿈을 삽시간에 뒤흔들어 버렸다.

하지만 공장에는 이들 부부를 믿고 열심히 일해온 직원들이 여럿 있다. 천씨 부부 공장을 바라보며 무농사를 짓는 이웃들도 있다. 이들 부부의 가장 큰 버팀목인 자식도 셋이다.

다행히 공장 기계는 이번 태풍에도 큰 피해 없이 손만 보면 작동이 가능한 상태다. 공사를 빨리 진행하면 다음달 안으로 공장 가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에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추석이 코 앞이다. 장성한 자식들이지만 추석이라고 집에 찾아와 부모가 처한 고통에 이 눈치 저 눈치 살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무거운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그간 땀으로 가꿔온 땅이자 공장이지만 어쩌겠어요. 우리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이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우리 부부에겐 한가위에 안부를 묻고 서로 걱정해줄 가족과 친지들이 있잖아요."

그러면서 천씨 부부는 무밭을 서둘러 둘러본 뒤 한창 보수공사를 준비중인 단무지공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기면서 기자에게 희망의 웃음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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