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69)이노 인라인동호회

[토요일에 만난 사람](69)이노 인라인동호회
"달림이 안전 우리가 맡는다"
  • 입력 : 2007. 11.24(토)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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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에 인라인 패트롤로 참여하고 있는 이노 인라인동호회원들이 지난 22일 밤 신산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1회 대회부터 인라인패트롤로 참여
함께 달리며 마라톤·감귤사랑 실천


지난 22일 밤 8시30분, 뼛속까지 시리다고 느껴지는 그 시간 찬 바람을 뚫고 제주시 신산공원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20여명이 모였다. '이노 인라인동호회' 회원들이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면 바람을 타고 날으는 기분이다. 그 느낌에 중독됐다." 지난 8월부터 동호회에 발을 들여놓은 직장인 김혜숙씨(28)가 인라인스케이트 신발끈을 묶으며 말했다.

이노 인라인동호회는 2002년 7월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회원만 6백명에 이른다. 이중 제주지역에는 60명이 있다. 엊그제 처음으로 인라인을 타기 시작한 회원에서 5년여 경력까지 다양하다. 월·수·금요일 저녁 등 일주일에 세차례 정기모임을 갖는다. 탑동에서 주로 만나지만 파도가 높거나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신산공원으로 향한다. 일요일엔 제주 곳곳의 해안도로로 나선다.

이들은 올해로 5년째인 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와 인연이 깊다. 첫 대회인 2003년부터 인라인 패트롤(안전요원)로 참여했다. 동호회를 막 꾸리고 인라인스케이트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던 차에 감귤마라톤대회를 알게 됐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마음껏 타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는 거였다.

대개 30~40명의 회원이 감귤마라톤대회에 투입되는 데, 이들은 달림이와 똑같이 움직인다. 5㎞에서 풀코스인 42.195㎞까지 구간마다 배치돼 참가자들의 안전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소염 스프레이와 로션, 일회용 반창고 등은 이들에게 필수 '장비'다. 자신과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마라토너의 곁을 소리없이 지키며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성혁(28) 동호회장은 1회때부터 해를 거르지 않고 감귤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뛸 수 없는 사람에게 응급조치를 해주고, 지친 사람들에게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파이팅을 외치며 참가자를 응원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마라토너들이 주로에 있는 한 우리도 함께 달리고 있는 셈이다"라고 했다.

조수영씨(26·대학생)는 "일부 코스에선 선수들이 초를 다투는 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마라토너들이 찾으면 바로 쫓아가 원하는 조치를 해줘야 한다"면서 "인라인 패트롤로 활동하는 보람이 커서 매년 감귤마라톤대회가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오늘(24일) 감귤마라톤대회의 막이 오른다. 달림이들만 그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인라인 스케이트에 감귤 사랑, 마라톤 사랑을 싣고 이노 인라인동호회원들이 바람을 가를 것이다. 수천명의 마라토너들과 함께 제주섬을 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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