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팔려야 사료 값 충당하는데..."

"소가 팔려야 사료 값 충당하는데..."
15일 오전 남원읍 의귀리서 서귀포시축협 가축시장 열려
물량도 줄고 매매 값도 떨어지고...30분만에 폐장 분위기
  • 입력 : 2008. 05.15(목)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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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팔려야 사료 값 충당하는데..."



15일 오전 8시, 개장되기 이른 시간이지만 소를 실은 차들이 남원읍 수망리 소재 서귀포시축산업협동조합 가축시장에 속속 들어선다. 이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소를 계류대에 옮기는 농민들의 얼굴에, 그동안 소를 키워온 보람을 느끼기는커녕, 제 값에 매매가 될까 하는 근심부터 앞서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한때 많게는 80여 마리, 보통 50~60마리가 출하됐지만, 이날은 겨우 31마리에 불과했다.

오전 9시30분 1차 입찰이 마감됐다. 팔린 소는 31마리 중 겨우 14마리. 이어 10시 2차 입찰 원서 접수가 실시됐으나, 끝내 나타나는 신청서는 없었다. 1차 입찰이 시작된 지 불과 30분 만에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후에는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장외시장.

지난 달 57마리 중 46마리가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매매 실적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5마리 모두 매매가 이뤄졌다.

특이한 것은 14마리 중 거래된 수소는 겨우 3마리. 이날 전체 수소 19마리 중 3마리만 팔린 셈이다. 수소의 경우 비육시켜야 하기 때문에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암소에 비해 유찰률이 많다고 한다. 암소는 방목으로도 가능하다고.

이날 최고 낙찰가는 4백80만원을 기록한 암소(월령 50개월)와 암송아지(1개월). 당초 최저 입찰가보다 30만원은 더 받은 셈이다. 그러나 농민 몇몇이 이를 보고 어처구니없다고 웃었다. “예년 같았으면 암소 한 마리 가격만 5백만 원 이상 받았지. 그런데 지금은 송아지까지 합친 값이 저 가격이야. 제 값에 팔린 게 아니지.”

이날 낙찰 평균가는 암소의 경우 2백26만9천원, 수소는 1백83만원이다. 농민들의 말에 따르면 보통 때보다 20~50만 원 정도 떨어진 가격이란다. 작년 이 맘 때보다는 1백만 원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6개월 된 수소 1마리를 팔러 온 김근숙씨(49·남원읍 의귀). 요즘 ‘참담’ 그 자체란다. 원래 3마리를 팔려고 했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져 1마리만 갖고 왔다고 한다. 최저 입찰가는 1백75만원. 2~3개월 전만 해도 2백만 원은 받았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마저도 유찰됐다. “최근 소 값은 아무리 잘해도 본전에 불과한 가격대”라며 “이밖에 낙찰률까지 떨어져 농민들이 소를 시장에 갖고 오고 싶어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상숙씨(60.남원읍 위미)도 “사료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소 값은 뚝 떨어져 농가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소가 팔려야 사료 값을 충당하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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