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국제트레킹 대단원]

[2008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국제트레킹 대단원]
도민엔 자긍심… 관광객엔 '특별한 체험' 선물
  • 입력 : 2008. 09.03(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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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과 트레킹을 소재로 시작된 2008 거문오름국제트레킹이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2개월간 이어진 거문오름트레킹은 도민에게는 가슴뿌듯한 자긍심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제주체험의 기회를 선사했다. /사진=강경민기자

참여기관·단체 맹활약… 선흘2리 성공모델 기대높아

국내외 언론 "환상적 코스·제주관광패턴 진화" 평가

전문가 스페셜탐방 인기… 탐방로 이탈 등 아쉬움도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2008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국제트레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과 트레킹을 소재로 시도된 새로운 이벤트다. 거문오름트레킹은 2개월간의 대장정 기간동안 숱한 화제를 뿌리며 도민에게는 가슴뿌듯한 자긍심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는 지금까지 제주에서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체험'을 선사했다.

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위원장 강만생)가 주관한 이 행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와 제주도산악연맹 부설 한라산등산학교, 선흘2리, 제주참여환경연대 자연해설사팀이 일심동체로 참여했다. 이들 기관·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미완의 트레킹'을 성공축제로 이끌었다.

특히 거문오름이 위치한 조천읍 선흘2리(이상 김상수)는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 등 마을 전체가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중산간 마을인 선흘2리에는 이번 행사기간 내내 설촌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려 활기가 넘쳤으며 이웃마을에 까지 파급효과가 컸다. 트레킹에서 보여준 선흘2리라는 공동체가 트레킹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화합, 주체적인 노력들은 세계유산 마을로서의 성공모델 창출을 기대하게 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트레킹, 어떻게 탄생했나=트레킹은 걷는 탐방문화의 한 형태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베낭을 메고 산이나 들판을 걸으며 자연을 감상하는 여행을 뜻한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새로운 개념의 자연탐방문화를 개척하고 유산지구 마을의 활성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볼거리 위주의 제주관광패턴을 제주의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체험중심의 새로운 관광인프라 개발이라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이런 체험형 상품을 통해 제주 도민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고 보존 의식도 더욱 확산시켜 나가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산고끝에 선보인 트레킹=거문오름은 세계자연유산의 핵심공간인 용암동굴을 잉태시킨 모태이다. 이곳을 무대로 하는 국제트레킹은 약 1년간에 걸친 산고끝에 탄생했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상품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11월부터 전문가 합동의 자원조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자원조사에는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와 지질, 생태전문가, 제주산악연맹, 한라일보 등이 참여했다. 트레킹 코스는 화산섬 제주의 매력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게 하면서도 유산지구 자연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정비 대상과 규모, 그리고 탐방객들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급경사 구간의 데크 목재도 현지에서 벌채된 삼나무가 재활용됐다. 거문오름 정상, 곶자왈, 용암협곡, 갱도진지, 숯가마터, 식생 군락지, 삼나무 숲, 함몰구, 벵뒤굴, 다원 등 트레킹 코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10.5km에 이르는 A·B코스 정비가 완료되고 트레킹은 개막을 기다렸다.

코스에 대한 스토리텔링 가이드북과 브로셔 제작은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4개 국어로 전문가들과 제주대 통번역센터가 참여한 가운데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화제 만발 이벤트=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청량제와도 같았으며 제주섬의 진수를 유감없이 만끽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제주지역 단일 이벤트 가운데 최장기간 축제로 기록될 거문오름 트레킹에는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탐방객으로 출렁거렸다.

가족단위는 물론 오름동호회, 각급 기관·단체, 국내외 관광객들이 세계자연유산의 파노라마 앞에서 넋을 잃을 정도였다. 우연히 찾았던 탐방객들의 입소문이 도 전역으로 번져 나갔으며 두번, 세번씩 재탐방도 끊이지 않았다.

거문오름 정상에서 펼쳐지는 오름 풍광, 분화구안의 갱도진지, 숯가마터, 함몰구, 미소 식생군락 등은 생태역사문화공간으로서의 오름의 다양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A코스내 얼음골인 '풍혈지대'는 무더위가 극심했던 올 여름 탐방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특별이벤트로 선보인 전문가 스페셜탐방도 화제였다. 매주 수요일 한차례씩 식생, 지질, 역사문화, 풍수지리, 민속, 동물 분야의 전문가가 해설가로 동행한 전문가 스페셜탐방은 사전예약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 상한가속에 트레킹의 품격을 높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곶자왈지대와 초지, 녹차밭을 잇는 B코스도 시간이 지나면서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9월부터 탐방로가 전면통제된다는 소속이 알려지면서 막판 B코스는 인기 절정이었다. 제주영화제에 참석했던 영화인들도 B코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B코스 출구지점에 있는 친환경 녹차밭 '경덕원'은 이번 트레킹을 통해 일약 명소로 떠올랐다.

언론계에도 거문오름트레킹은 화제였다. 동아일보는 여행전문기자의 트레킹 체험기를 1개면 전면에 할애하는 파격적인 지면을 통해 "환상적인 코스에서 만나는 특별한 체험"이라고 대서특필했다. CCTV 등 중국 취재진은 트레킹 체험 뒤 "제주관광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으며 기존 제주관광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쉬움도 잇따라=새로운 체험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탐방객들의 자연훼손과 탐방로내에서의 흡연, 탐방로 이탈, 금지된 역통행 사례가 종종 목격돼 아쉬움을 남겼다. 탐방안내소를 거치지 않은 '나홀로 탐방'도 통제가 쉽지 않았다.

이때마다 트레킹위원회는 '임시처방'을 단행했다. 등반용 스틱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는가 하면 행사 초기부터 사전예약제를 도입했다. 원활한 해설안내와 무분별한 탐방을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부족한 목재데크와 탐방로 안내 간판 등을 수시로 보완·보수하는 한편 집중호우 등 기상악화 때에는 탐방을 통제하는 등 안전에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인 행사였다.

아직 미개척분야의 체험행사로, 많은 보완대책과 주문도 잇따랐다. 하나같이 세계자연유산의 진정성과 가치 보전을 위한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었다.

미완의 트레킹… 후속대책 추진

金지사 "보존관리·지원방안 마련할 것"

종합학술조사… 완전 사전예약제 도입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여전히 미완이다. 미완의 과제는 후속 보완대책을 통해 하나씩 개선돼 갈 것이다.

행사기간 세차례나 트레킹 현장을 찾은 김태환 지사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느꼈으며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것 같다"고 트레킹코스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천혜의 보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해 나갈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탐방로에 대한 훼손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며 핵심지역과 완충지역에 대한 토지 매입도 마을 주민, 관계기관, 전문가들과 협의와 논의를 거쳐 서둘러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선흘2리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돼서 해설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고 있는 만큼 관리사무소나 화장실, 기타 편의시설 보완 등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관련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9월부터 완전 사전예약제를 도입하는 한편 트레킹 정례화를 위한 후속대책에 착수할 계획이다.

완전 사전예약제는 당초 지난 7월5일부터 8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던 트레킹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거문오름 탐방을 희망하는 국내외 탐방객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짐에 따라 제한적인 탐방을 실시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트레킹위원회는 이미 행사기간 부분적인 사전예약제를 도입, 시행해 효과를 봤다.

완전 사전 예약제를 통해 주중엔 하루 1백명, 주말엔 하루 2백명까지만 탐방이 허용된다. B코스는 탐방이 전면 통제된다. A코스 탐방은 출발시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만 가능하다. 해설사는 선흘2리 마을 주도로 계속 운영된다. 또 매주 화요일은 '자연 휴식의 날'로 정해 출입이 통제된다.

관리본부는 거문오름 일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정비와 학술조사 용역에 나선다. 국비 절충을 통해 탐방로내에 명품 목재데크를 설치하는 한편 거문오름 지질, 식생,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종합 학술조사를 벌인다. 각종 편의시설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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