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소원풀이'이제 출발점에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소원풀이'이제 출발점에
이어도 창단 30주년 공연
  • 입력 : 2008. 11.11(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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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이야기 구성 등 미흡
작품 지속 보완에 관심을


무대극을 하는 제주지역 극단의 현실이 열악하다고 말하면 "또 그 얘기냐"고 하는 사람이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제주 연극의 처지를 두고 가엾다 여기며 걱정어린 소리를 늘어놓은 게 수년째다.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되었는지 모른다. "연극 무대에 언제 볕든 날이 있었냐"며 되물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어렵다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정작 그 가시덤불을 헤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도전을 보여준 사례가 드물었다는 말이다. 지역 극단의 창작극 공연에 주목을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한동안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팔려나갔던 작품을 다시 불러와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정기공연을 채우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좋은 작품을 지역 연극인들의 연기로, 연출로 만날 수 있다면 나쁠 게 없지만 창작극이 던지는 의미는 크다.

창작극에는 제주 연극인들만이 빚어낼 수 있는 무대 언어가 담기게 된다. 지역의 역사·문화적 소재를 끌어왔을 때 한층 그렇다. 제주섬 사람들이 살아온 내력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지역 연극인들이기 때문이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이어도가 기념 공연으로 '소원풀이'를 무대에 올렸다. 지난 8~9일 이틀동안 3회에 걸쳐 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창작극으론 처음으로 제주도문화진흥본부의 지원을 받아 무대에 올려진 '소원풀이'는 제주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연출자는 제주신화의 현재적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첫 결실로 이 작품을 내놓았다고 했다.

뮤지컬이란 이름을 달지 않았지만 '소원풀이'는 노래와 춤이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녹음된 노래에 맞춰 '립싱크'했다. 9일 저녁 공연때의 일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8일 공연은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불렀는데 여의치 않자 이튿날 미리 녹음된 음악을 틀었다.

'천지왕본풀이'를 소재로 품었으면서도 제주 신화의 빛깔이 드러나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역적·살인·도둑·간음이 넘쳐나는 인간 세상을 그려내면서 오래된 이야기 소재인 대도시로 돈벌러 나간 인물을 등장시켜 안이한 결말을 냈다. 감정을 드러낼 때 소리만 내지르는 대사 처리, 동작이 자주 빗나간 춤 무대 등도 거슬렸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느냐"는 연출자는 '소원풀이'를 계속 다듬어나가며 공연하겠다고 했다. 지역에서 잘 만든 창작극 한 편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극단, 관객, 행정이 한 뜻으로 '보수 공사'에 관심을 갖고 반응을 보일 때 변화도 생긴다.

지역 극단이 30년동안 꾸준히 공연을 이어온 점은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소원풀이'에 '이어도 30년'의 역량을 모조리 쏟아부었는지 모르겠지만 힘겹게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또하나, 기왕 창단 30주년을 기려 만든 것이라면 극단을 거쳐간 중진 연극인들도 이 무대에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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