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20년 만에 짓는 문예회관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20년 만에 짓는 문예회관
  • 입력 : 2009. 01.20(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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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예회관 독주 곧 마감
서귀포문예회관 등 착공
어떻게 세곳 색깔 찾을까


1988년 제주시 일도2동에 제주도문예회관이 생겼다. 제주에 한 곳이었던 도문예회관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종종 애증의 대상이 됐다. 마땅한 공연장과 전시실이 없는 터라 울며겨자먹기로 그곳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 말이다. 물론, 도문예회관이란 시설이 지역문화에 끼친 긍정적 영향은 있다. 도심에 들어선 문예회관은 수많은 공연과 전시를 통해 지역문화에 튼실한 거름을 줬다.

문예회관 독주 체제가 곧 마감한다. 제주시 오라2동에 한라문예회관을 한창 짓고 있는데 이어 이달 22일부터 서귀포시 서홍동 부지에 서귀포종합문예회관 공사가 시작된다.

1995년 지방문예회관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방문예회관 운영을 전문화하고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창립한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111개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됐다. 그만큼 문예회관은 곳곳에 흩어져 지역문화에 윤기를 주고 있다.

한라문예회관은 올해 12월 공사를 마무리해 2010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1184석의 객석을 갖춘 공연장이 들어선다. 서귀포종합문예회관은 817석의 대공연장을 비롯해 190석의 소공연장, 전시실 2곳 등을 짓는다. 내년말에 준공해 2011년 상반기쯤 문을 연다.

도문예회관도 그렇지만 이들 공간은 지역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전문 문화공간을 내세웠다. 한라문예회관은 1천석이 넘는 객석을 보유한 게 장점이 될 수 있다. 수준높고 규모있는 기획공연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극장으로 이름붙인 도문예회관 공연장은 실상 중극장 규모다. 서귀포종합문예회관은 관악단과 합창단 같은 공립예술단을 운영하면서도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는 서귀포에 지어지는 공간이어서 기대감이 높다. 음향·조명 시설 등 전문 공연장의 위상을 갖추는 데 유달리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립으로 조성되는 이들 세 개의 문예회관은 각기 다른 빛깔로 관람객과 만나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공연장과 전시실을 둔 비슷한 내용과 규모의 시설이어서다. 문화공간이 생기면 어떻든 지역문화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기획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 '놀리는' 공연장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이 지면을 통해 스무살된 문예회관에 바랐던 점과 다르지 않다.

5개 도립예술단이 그 출발점에 놓일 수 있을 것이다. 도립무용단은 도문예회관을, 도립제주교향악단과 제주합창단은 한라문예회관을, 도립서귀포합창단과 서귀포관악단은 서귀포종합문예회관을 거점으로 관객 개발과 문화체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마침, 제주교향악단과 제주합창단의 한라문예회관 입주를 추진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도립예술단이어서 혜택을 보는 만큼 그만한 문화적 역량을 도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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