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2)도깨비공원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2)도깨비공원
'도체비' 숲에 쓸모없는 존재란 없다
친숙한 캐릭터와 '놀면서 배우는 체험학습장'
상상력으로 빚은 2천여점 조형물 놓인 미술관
  • 입력 : 2009. 01.22(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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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도깨비공원. 커다란 얼음이 되어버린 분수대를 배경으로 갖가지 형상의 도깨비 조형물이 보인다.

하얀 대낮에 도깨비를 만나러 떠났다. 도깨비들이 모여사는 입구엔 깃발이 세차게 나부꼈고, 섬에 몰아치던 눈바람이 남기고 간 젖은 눈덩이가 돌담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그런 곳이 있다. 도깨비공원이다.

도깨비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어릴적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던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에 홀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도깨비공원은 그런 친밀감을 불러냈다. 귀신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도깨비를 모티브로 아이들에게 도깨비의 지혜와 능력을 불어넣어 주겠다는 것. 도깨비공원을 만든 이유다.

▲익살맞고 천진한 표정의 도깨비 형상이 도깨비공원의 관람객을 맞이한다.

공원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세계섬문화축제가 열린 해였다. 제주대 산업디자인학부 이기후 교수(작고)가 주축이 돼 참가국의 다채로운 캐릭터 등을 보여주는 민속조형공원을 설치했다. 축제가 끝나고 난 뒤 그것들이 '폐허'로 변하는 걸 보면서 아쉬움이 컸다. 그 해 도깨비공원 설립 계획이 세워졌다.

2005년 5월 도깨비공원이 문을 열기까지 이 교수를 비롯한 여러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2000여점의 조형물 제작, 조경, 건축 디자인 등 시설물 하나하나에 발품을 들였다. 관람로 바닥재에 새겨진 도깨비 문양만 봐도 이 공간에 쏟은 갖은 노력이 드러난다. 공원 한켠 조형물로 멈춰선 굴삭기는 이 교수가 직접 운전하던 것이다.

▲도깨비 가면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7년 8월 박물관으로 등록된 도깨비공원은 크게 도깨비숲 전시관, 깨뽀 영상관, 가면 만들기 체험관, 도깨비공부방으로 짜여졌다. 이곳은 '놀면서 배우는 체험 학습장'이다. 도깨비 가면을 만들고 도깨비 숲으로 들어가서 '양초깨비'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별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밤하늘에 도깨비가 등장해 관람객과 노니는 영상관도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는 전국 도깨비 미술공모전을 실시해 140점의 입상작을 뽑아 전시했다. 밋밋한 전시만이 아니라 도깨비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테마박물관의 장점을 살렸다.

▲도깨비공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도깨비공원은 아이들에게만 열린 공간이 아니다. 선풍기, 다리미, 컴퓨터 마우스, 밥주걱 등 생활속 잡동사니나 망가진 부품을 이용한 정크아트를 했던 이기후 교수의 작품이 놓인 '무법중유법'공간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쓰레기가 표정과 이름이 있는 예술이 되었는데, 그것들은 천진한 도깨비 형상을 했다.

개관 5주년을 향해가는 도깨비공원에겐 변신의 과제가 놓여있다. 도깨비불처럼 야간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도체비'로 불리는 제주 도깨비를 특화하는 방안도 있다. 제주무속놀이굿중 하나인 영감놀이처럼 도체비와 연관된 문화유산을 눈여겨보는 것도 그중 하나다.

강혜경 대표는 "오래된 영상물 교체와 캐릭터 개발 등 박물관 특성을 드러내는 사업을 계획중이지만 재정·인력이 여의치않은 사설박물관의 한계가 있다"면서 "야간 개장은 장기적 과제로 검토중"이라고 했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4~9월엔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www.dokkebipark.com. 783-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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