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미술관의 이상한 동거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미술관의 이상한 동거
  • 입력 : 2009. 02.03(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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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과 명예관장 두기로
예산·인력 권한은 어디에
미술관 전문성 확보 우려


제주특별자치도립미술관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라 들어선 미술관은 모두 4곳. 서귀포시 남성로 기당미술관, 이중섭거리 이중섭미술관, 물동산길 소암기념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이다. 이들중 두 곳은 명예관장을 뒀다. 기당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소암기념관도 명예관장 위촉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시 신비의도로변에 세워진 제주도립미술관은 이들 미술관을 분관으로 두고 통합관리하게 될 '대표 미술관'이다. 오는 5월 개관을 목표로 잡았다. 이곳도 명예관장을 둔다. 현재까지 제주도가 밝힌 내용은 그렇다.

특정 예술인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들은 종종 명예관장을 위촉한다. 예산이나 인력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미술관은 명예관장제를 통해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은 다르다. 제주도가 계획하고 있는 대로 기존 4개의 공립미술관을 아우른다. 미술을 통해 제주문화의 품격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다.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 시도립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지역문화의 자존심을 담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지금의 제주도립미술관 설치 조례엔 '미술관명예관장을 위촉할 수 있다'며 미술관 관리·운영에 관한 연구와 건의, 미술관 주요사업계획 수립과 추진, 수집대상 작품의 발굴과 추진 등을 명예관장의 직무로 명시해놓았다. 명예관장은 자문의 역할을 넘어서기 어렵다. 더욱이 제주도립미술관은 일반직 공무원을 관장으로 임명한다. 조례에 언급된 것처럼 명예관장이 미술관의 한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미술관 예산이나 인력 운용의 지휘봉을 쥘 사람은 관장이 아닌가.

제주도립미술관 명예관장이 기당미술관이나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과 무엇이 다른지도 묻고 싶다. 분관으로 운영될 미술관의 명예관장에 비해 제주도립미술관 명예관장은 격이 높은 것인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제주도는 문화시설이 한해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지자체 여건상 신규 인력을 마냥 늘릴 수 없다며 명예관장제 운용 배경을 털어놨다. 그래도 양보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그런 공간중 하나다. 각지의 수많은 미술관과 경쟁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건물을 지어놓고 빚을 갚느라 숨찬 미술관(제주도립미술관은 민간자본유치사업인 BTL방식으로 지어졌다)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제주도립미술관만의 색깔이 필요하다.

지금껏 제주도는 학예직 한 명 배치하지 않은 채 미술인이 주축된 개관준비팀에 의지해 개관전 채비를 하고 있다. 미술관이 문을 열면 개관기념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제주도립미술관의 경쟁력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 확보에 달렸다. 명예관장 위촉으로 위안삼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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