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 '치유'의 공간 숲. 숲은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채비가 한창이다. 3일간의 짧은 추석연휴 가족과 연인, 그리고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제주 올레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가을을 닮은 억새밭을 거니는 것도 좋다. /사진=한라일보 DB
3일간의 짧은 추석연휴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도심에 살면서 맨땅에 발디딜 기회를 갖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이들에게 고향의 품은 언제나 푸근하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잠시 짬을 내 가족, 지인들과 함께 제주의 숲이나 자연을 만나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특히 최근 숲이 각광받고 있다. 일상의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 '치유'의 공간으로 숲이 우리들 곁으로 바싹 다가서며 자연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지는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록을 뽐내던 숲은 이제 막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채비가 한창이다.
▶사려니오름=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는 '사려니숲'은 산림문화체험을 통한 숲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5월 첫 선을 보인 '사려니 숲길 걷기' 행사 이후 유명세를 더해가고 있다.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가는 제1횡단도로에서 도로 동쪽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로 진입하면 만날 수 있는 물찻오름에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임도를 따라 약 15㎞ 이어지는 숲이다.
해발고도 500~600m에 위치한 사려니 숲길에는 졸참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등이 서식해 계절의 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물찻오름 입구~한남시험림 경계(9㎞), 물찻오름 입구~남조로변 붉은오름(9.5㎞) 구간이 연중 개방돼 누구나 자유롭게 탐방이 가능하다. 난대산림연구소가 관리중인 한남시험림 6㎞ 구간은 사전예약을 해야 탐방이 가능하다.
▶한라생태숲=지난달 15일 문을 연 '한라생태숲'도 인기를 끌면서 또 하나의 명품숲으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주시에서 제1횡단도로를 따라 서귀포쪽으로 가는 도로변인 제주골프장과 제주마 방목지 중간지점에 조성된 한라생태숲은 초지를 조성해 목장으로 쓰던 곳으로 방치되다시피 해온 공간을 자연생태계 복원기법으로 탄생시킨 곳이다.
2000년 착공후 10년만에 탐방객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생태숲엔 단풍나무 숲 등 13개 테마숲을 만들었고, 장애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탐방로도 있다. 또 해발 600m 고지에 고산식물과 난대성식물 등을 조성해 한라산과 곶자왈의 식물상 관찰이 가능하고,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천이과정 전시림은 자연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제주자치도는 이 곳을 원래의 숲으로 복원하기 위해 총 333종 28만8000여그루를 심었다.
▶느림의 미학 '제주 올레'=느림의 미학으로 전국적인 열풍을 몰고 온 게 바로 '제주 올레'다. 2007년 (사)제주올레 이사장인 서명숙씨가 개척해 첫 선을 보인 제주 올레는 천편일률적이던 패키지 관광에 익숙해 있던, 일상 탈출을 꿈꾸는 개별 관광객들을 쉼없이 제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올레는 제주어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빼어난 해안절경과 바람부는 섬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이뤄진 제주돌담길의 미학을 두 발로 느리게 걸으며 만끽할 수 있는 게 제주 올레가 가진 매력이다.
외돌개를 출발해 법환포구~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제7코스, 일출봉이 아스라이 보이는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해안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산책길을 지나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제5코스 등 제주올레는 14코스까지 개장했다. 코스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5㎞ 안팎 구간으로 완주하는 데 약 5~6시간이 걸린다.
코스의 키작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리본이나 바위·돌담 한켠에 그려져 있는 화살표를 이정표 삼아 걸어가면 된다. 자세한 정보는 (사)제주올레 홈페이지(
http://www.jejuolle.org)에서 얻을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우리나라 유일의 세계자연유산인 조천읍 선흘2리 소재 해발 456m의 거문오름도 갈수록 유명세를 더해가고 있다.
울창한 수림을 이룬 '신령스러운 공간'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오름은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후 2008년 제1회 국제트레킹대회가 신설되면서 생태관광지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더불어 조용했던 마을에도 활력이 넘치고 있다.
올해 여름 두번째로 열린 국제트레킹은 거문오름의 역사·문화·생태·지질 등 오름의 진가를 향유할 수 있는 코스로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탐방객들을 위한 데크시설을 만들고 정상에서 주위 오름군과 분화구 내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했다. 이와 함께 거문오름의 아홉개 봉우리와 분화구 내 알오름의 형상이 '구룡농주형(九龍弄珠形)'이라는 스토리텔링이 가미되면서 탐방객들의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
하지만 탐방로 보호를 위해 탐방객수를 평일 100명, 주말 20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탐방 전에 사전예약을 반드시 해야 한다. 예약 문의는 선흘리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784-0456).
▶가을 억새도 장관=제주의 중산간 곳곳은 시선닿는 곳마다 은빛 억새꽃 물결로 일렁이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서 너 시간 이상이 걸리는 숲길걷기 체험이나 올레걷기 등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오름 등 억새꽃이 만발한 곳으로 잠시 떠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억새가 장관인 곳으로는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와 삼다수공장 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억새밭, 남조로길 등으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어디서든 억새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