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하계운항일정이 시작되는 이달 28일(발권일 기준)부터 할증운임을 변경한다. 정확히 얘기하면 운임 변경이 아닌 인상이다. 승객이 몰리는 일요일 오후 2시 이후 제주를 출발해 김포, 청주, 부산으로 가는 노선의 할증운임을 최고 14.2% 올린다. 이에 따라 제주~김포노선 요금은 8만500원으로 한 대형항공사 요금(8만8600원)의 90.8% 수준까지 뛴다. 제주~청주노선 요금은 7만4200원으로 대형 항공사와 불과 200원 차이다.
또 성수기(7월28~8월8일) 제주~김포, 제주~청주, 제주~부산노선의 할증운임을 신설해 요금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제주항공의 제주~김포노선 요금은 8만8300원, 제주~청주노선은 7만7900원으로 대형항공사의 성수기 요금인 9만2900원(김포)과 8만1900원(청주)의 95.1% 수준이다. 제주~부산노선도 대형항공사(7만1900원)의 92.2%인 6만6300원으로 오른다.
항공료 인상이 일정기간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취항 당시 대형항공사의 70~80% 수준의 요금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음에 비춰볼 때 도민사회에서 과연 "제주도가 공동으로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가 맞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할증요금 인상은 제주항공만의 얘기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도 4월1일(출발일 기준)부터 일요일 오후 2시 이후 제주를 출발하는 6개노선의 탄력운임을 최저 1700원에서 최고 2500원까지 올린다고 발표했다.
항공사들이 탄력운임을 올리는 명분은 한결같다. 특정시간에 집중되는 승객을 분산시키자는 게 그것이다. 하지만 탄력운임 적용시간은 요금과는 무관하게 승객들이 한 두달 앞서 좌석을 예약할만큼 만성적인 좌석난이 빚어지는 시간이다. 항공사들이 '늘 손님이 많은 시간대의 요금을 올려 수익을 더 챙겨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일 게다.
최근 수 년 새 저비용 항공사의 잇단 취항으로 항공시장의 독점체제가 무너지면서 항공료 공시요금 인상 소식은 뜸하다. 하지만 이용객이 체감하는 항공료는 그 이상이다. 항공사들은 국제선에만 적용되던 유류할증료를 2008년 중반부터 국내선에도 도입해 3월 기준 모든 항공사가 6600원(편도 기준)을 받고 있다. 공시요금 대비 인상폭으로 치면 10% 안팎 수준이다. 여기에다 할증요금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다음엔 또 어떤 명분으로 요금을 올릴지, 그저 답답한 건 소비자들 뿐이다.<문미숙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