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해수욕장·알작지 등 유적과 명승지 많아주민 생활상·선인들의 발자취 관찰할 수 있어
[도두산물]도두봉(도두봉수,포제단,도두도깨비당(쉐촐래미당),제주국제공항)-도두봉해식동굴-오메기물-지싯빌레물-마구릇물(마구물,마구리물)-지름물-오래물(1,2)-생이물(펄랑물)-[이호산물]이호수원지(큰물)-문수물(1,2)-이호해수욕장-대물-비드렁물(비도릿물,멩감물)-덕지물-고망물(고냥물)-동물(알물,서물)-원장물-[외도산물]내도 마께코지 산물군(물맛는디-구시물-엉물-태양물)-알작지-내도동방사탑-알물통산물군(알물통-외도수원지)-월대-구멍물(수정천)-외도천(潭-나라소,진소,검은소)-외도유적(고인돌,우물군락)-남샘이-던더릿물-절물(수정사물)-연대 산물군(가막물(가막수,마리못)-족은가막샘이)-외도연대-연대코지소금빌레-물나는여
도-외(도두~외도)산물은 도두봉에서 외도천을 지나 외도연대의 소금빌레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총 거리는 약 8.68km에 달하며 30여개소의 산물이 해안선과 하천을 따라 산재해 있다.
이 코스에는 오름과 해수욕장, 알작지 등 유적과 명승지가 많다. 특히 제주의 대표적인 돌문화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으며 해안가를 따라 아직도 옛길이 부분적으로 보존된 지역으로, 주민들의 생활상과 선인들의 발자취를 관찰할 수 있다. 이 코스를 따라 제주공항과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고, 제주시 신제주와 외도방면의 발전되어 가는 시가화 모습도 접할 수 있다. 도보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도두동 산물=도두동은 제주읍성을 통과하는 길이 동서로 이어지고, 주성을 중심으로 한길 머리에 있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은 약 380여년 전에 도두사수목포라 불렀으며, 동쪽은 용담동, 서쪽은 이호동과 노형동에 맞닿아 있다.
도두동의 오래물과 마구물은 백중이면 제주시내의 남녀가 모여들어 물을 맞던 명소로 현재는 현대적으로 개조되어 목욕탕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원래 모습은 큰 바위 틈에서 힘차게 물이 솟구치는 작은 폭포 줄기가 여럿 있어 백중날 물줄기를 골라서 맞았다고 한다.
오래물은 도두 포구 상류에서 솟는 샘물로, 올레 앞에 있는 물이라고 해서 올래물이라고도 했으며, 오방(다섯 방향)에서 물이 솟는다고 해 오래물이라고도 했다. 이 물은 맛이 달고 중동마을 중앙 오거리 바다쪽에 있는 샘물이라고 '증보탐라지'에 기록돼 있다. 이 물은 마을의 주식수로,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을 포제를 지낼 때 이 물을 이용해 젯밥 등 제수를 장만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마을 주관으로 '오래물축제'를 열고 있다. 마구물은 포구 동쪽 도두봉 해안에 있으며, 이 물을 마신 사람은 귀머거리가 된다는 설이 있다. 용출량이 많아 지금은 목욕탕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려시대 3대 비보 사찰인 수정사지에서 솟아나오는 산물인 수정밧물(절물, 수정사물)이다. 지금은 노인회가 운영하는 샤워장과 어린이공원 연못으로 조성돼 이용되고 있다.
▶이호동 산물=이호동은 이호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전통적인 뗏목형식의 배인 '테우'를 활용한 '테우축제'가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호동에는 이호수원지(큰물), 문수물, 대물, 비드렁물, 덕지물, 고망물, 동물, 원장물 등 많은 산물이 있다.
이호수원지(큰물)는 백개 동마을 바닷가에서 솟아나는 산물로, 물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마을에서 식수로 이용하던 물이다. 지금은 상수용으로 제주시에서 수원지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이호해수욕장 동쪽에서 나는 문수물은 최근들어 모살원이 인근에 있어 원을 만들고 테우축제 때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행사를 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 물은 원래 자갈이나 작은 암초들로 형성된 곳에서 솟아난 물로, 지금은 돌은 모두 제거됐고 최근에 현대적으로 단장됐다.
대물은 백개 서마을 냇가 이호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산물이다. 물이 많이 솟아나 대물이라고 해 돌담을 둘러쳐서 식수로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오수를 처리하기 위한 오수처리장 시설이 들어서 있어 '죽은 산물'이 돼 버렸다.
현사마을 포구이름이 동개라서 붙여진 동물은 동개 바다 속에서 솟는 산물로 식수로 사용됐었다. 이물은 식수, 채소 씻는 곳, 빨래와 목욕 등 3개 칸으로 나누어 사용됐으며, 해수욕장과 함께 있어 외래객들도 여기서 몸을 헹군다. 어린이나 여성들만 이용하고 성인 남자는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이다.
▶외도동 산물=외도동은 선사유적으로 제주주호시대의 고인돌 유적과 생활터 유적, 국내 최대의 우물유적 등이 있으며, 원나라에 의해 세워졌다는 '수정사'라는 절이 있다. 물과 달과 소나무가 한폭의 산수화를 그리는 외도동의 월대는 선비들이 즐겨 찾아와 시를 읊던 곳으로, 일급수에만 산다는 은어의 주산지이고 조공품을 실은 배가 떠나던 곳이었다. 이 외에도 외도동에서는 지난 2003년 제주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내도동 알작지, 조선시대 방어유적인 외도연대 등이 유명하다.
외도동의 알물통 산물군은 도그내의 두 큰 물줄기가 하류에 이르러 서로 마주치는 곳으로, 외도교 밑 월대천 가기전의 하천의 물을 말한다. 월대천 위 구멍물이 위 물통이라면 그 아래쪽에 있는 물통이란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물은 냇물과 바닷물이 크게 뒤섞이는 곳으로, 은어와 장어가 서식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알물통 동쪽에는 제주 서부동지역 식수원인 외도수원지가 있다.
고려시대 3대 비보 사찰인 수정사지에서 솟아나오는 산물인 수정밧물(절물, 수정사물)은 용출량이 풍부해 절에서 사용된 물이다. 이 일대를 절물마을이라고 하며, 수정사는 조선중기에 철폐되고 지금은 칠성각과 산신각의 추축돌과 대웅전의 문지두리 등만 남아 있다. 이 물은 지금은 노인회가 운영하는 샤워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어린이공원 물놀이 연못으로 조성돼 이용되고 있다.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산물여행, 스토리를 입다] 고려·조선으로 가는 타임머신
그 산물이 그 산물이고, 그 산물 길이 그 산물 길이라구요? 그렇게 생각하였다면 대단히 오해하신 겁니다.
도두봉에서 시작하여 외도천으로 이어지는 '도-외 산물' 코스 8.7km에는 제주의 오랜 역사 가운데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역사가 다 들어 있습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이 코스를 여행하고 나면 아마도 여러분들은 제주도의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역사를 훤하게 다 알게 될 것입니다.
만일 이 산물 길에 자리 잡은 서른 군데가 넘는 물자리가 없었다면 아마도 고려시대의 목장과 '테우리', 수정사(水精寺)와 같은 유명한 절(지금은 그 터만이 역사를 증언합니다만), 제주의 특산물을 조정에 실어나르던 조공포인 내·외도 포구는 없었을 겁니다.
또한 조선시대에 중앙집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지역민의 신앙처인 신당과 절을 다 불살라 버릴 때 가장 피해를 본 지역이 바로 이 '도-외 산물' 코스에 들어 있습니다.
제주도의 옛 생활은 비교적 평등하였습니다만, 조선시대에 이르러 선비를 우러르는 풍조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제주도 선비들은 육지부의 양반사회와는 다소 달랐습니다. 누구나 글을 배우고 생활에서 느끼는 흥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바로 외도천의 월대가 이 지역의 글 읽는 사람들이 풍월을 읊던 '산물 낭그늘 자리'입니다.
외도천에는 몸이 투명한 은어가 삽니다.
조선시대에 글 읽는 사람들은 한 해 농사를 마치고 한가한 때가 되면 삼삼오오 동무하여 월대로 몰려들어 낮에는 은어의 노니는 모습을 보다가 손수 물에 뛰어 들어 은어가 되고, 밤이면 외도천에 비친 달그림자에 흥을 돋우어 이태백이 되곤 하였습니다.
내도 앞 바다 알작지에는 의로운 뱀 한 마리를 높이 기리는 당도 있습니다. 흉년들어 배고픈 제주사람을 살릴 쌀을 싣고 오던 배가 파선하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구렁이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어 그 구멍을 막아 무사하게 내도 알작지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거기 넓적한 바위가 있는데, 쌀을 다 뭍으로 나르자 그 구렁이는 비로소 그 바위로 내려 왔다는 신화가 이제도 전합니다.
또한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던 국당(國堂)도 내도천에 있었습니다. 내왓당이라고 하는데, 거기 모셨던 신의 영정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산물 코스를 여행하는 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제주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도두봉은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철이 나는 지역입니다. 그 철은 100% 순수하기 때문에 뼈에 특효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뼈를 다친 사람들은 도두봉에서 철 알맹이를 주워 약으로 복용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도두봉 아랫마을 도두리는 제주섬이 시작하는 마을로도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제주도 최초의 인간문화재인 '탕건, 망건'을 짜는 '갓모자' 장인도 이 도두리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 분이 바로 '김 인' 할머니입니다. 유독 이 코스에는 산물 자리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데, '먹는 물'에서부터 삶에 겨워 아픈 몸을 살리는 '맞는 물'까지, 그 자리마다 쓰임새도 다르고 사연도 유별납니다.
이 '도-외 산물' 코스를 여행하면서 고려, 조선시대의 제주사람은 물론이고 뱃사공에서부터 테우리며 관리까지 온갖 삶을 체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제주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