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교통신호체계 변경, 그 이후…

[현장속으로]교통신호체계 변경, 그 이후…
뒤죽박죽… 운전자 혼란 가중
  • 입력 : 2010. 08.09(월) 00:00
  • 표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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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 후 좌회전' 체계로 변경 후 출퇴근 시간마다 일부 교차로에서는 혼잡이 빚어 지고 있다. 퇴근시간이 지난 저녁 7시30분 무렵까지도 제주시 광양사거리 교차로에서는 차량들이 뒤엉키며 혼란이 계속됐다. /사진=김명선기자

들쭉날쭉 신호체계로 가다서다 반복도
좌회전에 밀린 직진차량 뒤엉키며 혼잡

정부가 추진 중인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방안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제주도내 교차로 신호등이 종전 '동시신호' 및 '좌회전 후 직진(선행 좌회전)'에서 '직진 후 좌회전(선행 직진)'으로 신호체계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 전체 380여개의 신호등이 '직진 후 좌회전' 및 '비보호' 체계로 변경돼 시 외곽도로는 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교통량이 많은 일부 교차로에서는 전에 없던 교통혼잡이 발생하는가 하면 '직진 후 좌회전'과 함께 '동시신호'가 병행돼 운전자 혼란을 부추기고, 신호등 연동제가 이뤄지지 않아 불편을 초래하는 등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들쭉날쭉 신호=제주시 일도지구 농협하나로마트 인근 4거리는 '직진 후 좌회전'을 알리는 표지판이 내걸려 새로운 신호체계가 시행되고 있음을 알리지만 직진신호 이후에는 좌회전이 아니라 직진과 좌회전 동시신호로 운영되고 있다. 교통량이 많아 새로운 시스템과 기존 시스템을 병행함으로써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편법이지만 교통량 해소는 커녕 운전자에게 혼선을 불러일으켜 신호대기 중인 차량 운전자끼리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가다서다 반복=종전 시행됐던 신호등 연동제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종전 동시신호 체계에서는 시간을 정해놓고 신호를 바꿨지만 지금은 교통량에 따라 실시간 변동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의 교통량 변화만을 가지고 신호시간을 조정하다보니 실제 교통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어떤 때는 연동제가 이뤄져 차량 소통이 잘되고 반대로 연동제가 이뤄지지 않아 차량이 밀리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직진 후 좌회전으로 신호체계만 바꿨을 뿐 신호가 잇따라 변경될 수 있는 연동값을 적용하지 못한 결과 연동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좌회전 차량 밀려=교통량이 많은 제주시 노형로터리와 광양사거리는 신호체계 변경 후 출퇴근 시간 이후에도 좌회전 차로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좌회전을 하기 위해 1차로까지 차가 늘어서 직진차량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1차로에서 좌회전하기 위해 끼어드는 운전자들도 많아졌다. 특히 제주시오일장 입구 일주도로2개 교차로 및 1개 삼거리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좌회전하는 차량이 1차로를 점령해 제주시에서 시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직진하는 차량과 뒤엉켜 수백m 구간 도로가 마치 피난행렬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런 혼잡으로 인해 ITS센터는 일주도로에서 정든마을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신호기를 비보호 좌회전으로 바꿨다.

▶장기간 소요 전망='직진 후 좌회전'은 교통안전과 차량소통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규격에 없는 좌회전 신호를 없애기 위한 전단계로 시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좌회전은 억제하는 대신 비보호 또는 유턴과 피(P)턴으로 처리하고, 회전형 교차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결국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교통량 조사 및 그에 따른 연동값 조정 작업이 선행돼고, 도로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준비 없이 신호체계만 바꿈으로 인해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병주 도로교통공단 교육홍보부장은 "우리나라는 교통체계가 아닌 교차로 위주의 신호체계가 자리잡은데다 이미 도로가 만들어지고 시가지가 형성된 상태여서 직진신호체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ITS센터에서 교통량을 분석하고 있는 만큼 이를 평균내서 연동값을 계산하면 올해 안에 훨씬 정확한 연동제가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표성준·김명선·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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