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에 소개된 복원 작업이 진행중인 애월읍 구엄리 돌염전. /사진=강희만기자
옛 등대에서 칠머리당영등굿까지 짧은 여정 속 제주해양문화 살펴섬의 특성 반영 해양문화 연구기관·바다 노래하는 예술가 등 늘어야
지난 1월 '해양문화유산을 찾아서'를 시작하면서 파도소리 듣듯이 무심히 지나쳐온 해양유산을 보배처럼 꿰자고 했다. 바다가 있어 내륙과 빛깔이 다른 숱한 문화유산을 낳았음에도 그것들이 무심히 놓여있는 듯 해서다.
▶소금기 없는 유산이 어디 있으랴
지난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아니더라도 제주에는 바다와 인연을 맺은 유산이 많다. 물질하며, 멸치를 잡으며 바다에서 불렀던 노래가 있다. 식수가 되기도 하고 빨래나 목욕용으로 쓰였던 용천수, 해안에 쌓아올린 방어벽인 환해장성,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해 고기떼를 가둬놓고 잡았던 원(개), 옛 등대, 자연에서 길어올린 소금밭, 포구 등 둘러보면 소금기가 묻어나지 않는 유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육지에도 밭을 두고, 바다에도 밭을 두었던 제주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도대불'로 불려온 옛 등대, 잊혀지고 살아나는 소금밭, 한여름 찜질객이 몰려드는 검은모래해변, 바닷길을 헤쳐갔던 떼배와 덕판배,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돌아봤다. 등대와 소금밭은 재현과 복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지만 일부 마을에서는 몇몇 사람들의 열정에 머물러 있는 듯 보였다. 검은모래해변은 인위적 개발과 맞물려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떼배와 덕판배는 한때 의미있는 다툼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관심에서 멀어진 듯 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여러차례 지적되어왔지만, 등재 이후 전승·보존과 더불어 세계화 방안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과의 소통에 노력하는 시모노세키시립수족관
▶바다와 더불어 살기 위한 방안을
제주지역의 해양문화유산에 견주어 국내외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유사 사례도 살폈다. 그 여정은 강릉에서 일본 시모노세키까지 이어졌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 앞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강릉단오제는 등재 이전부터 학술교류·홍보관 건립 등 기반 마련 노력이 돋보였다. 강릉시는 단오제를 테마로 2018년까지 단오도시 강릉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70%를 맡고 있는 전남 신안군의 작은섬 증도에서는 소금문화를 팔고 있었다. 부산은 해양산업육성조례 제정 등 '해양수도'를 구체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꾸준한 가운데 등대를 활용한 도시 이미지화 작업, 국립해양박물관 건립, 바다미술제, 세계해양포럼 등을 통해 해양도시의 '얼굴'을 보았다. 제주와 가까운 도시인 일본 시모노세키에서는 바다를 경제살리기의 원천으로 가꾸는 현장을, 후쿠오카는 관객과 소통하는 해양생태과학관을 만났다.
섬이라는 특성을 지닌 만큼 제주에서도 그처럼 유리한 조건을 활용해 바다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해양문화를 연구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문학과 미술, 음악 등을 통해 바다를 노래하는 예술가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제대로 지은 해양문화공간의 탄생도 기다려진다. 세계의 환경이 급변하는 이 시대에, 바다와 더불어 살기위해 제주 바다를 다시 돌아볼 때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진행된 부산비엔날레
▲전남 신안군 증도의 염전체험.
양영오 해협권연구기관협의회장 "한·일 해양연구 확대"
"해양문화를 넘어 해양산업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한·일 공동연구를 통해, 지역의 개별연구를 통해 해양의 중요성을 알려나가겠다."
지난 10월 한일해협권연구기관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에 선임된 양영오 제주발전연구원장. 협의회는 제주에 한정된 연구 기관은 아니지만 제주를 포함 바다를 공통분모로 만난 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제주지역 해양문화 탐색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직이다.
1년동안 협의회를 이끌어가는 양 원장은 "단독 연구보다는 한·일 양측에서 공동 주제를 제의해 연구하는 방안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그 과정에서 해양산업 관련 연구도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한일해협연안시도지사교류회의를 계기로 창설됐다. 1994년 부산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이래 매년 학술교류를 이어왔다. 올해는 제주에서 연구보고회가 열렸다. 부산·전남·광주·경남·울산·제주발전연구원과 일본의 후쿠오카·큐슈·사가현·나가사키 등의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양 원장은 "해양문화를 활용한 관광, 양식산업, 해상풍력단지 조성 등 여러 분야에서 해양 관련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바다는 친환경 녹색성장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위한 타당성 기초조사를 언급하며 "이제는 바다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