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노인 쌈짓돈 노린 불법 콜라텍

[현장속으로]노인 쌈짓돈 노린 불법 콜라텍
간판은 콜라텍… 실제론 유흥주점
  • 입력 : 2011. 04.11(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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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도 붐비는 콜라텍

한낮에도 붐비는 콜라텍

▲노인들의 새로운 사교장으로 부상한 콜라텍. 저렴한 입장료 때문인지 낮시간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진=이효형인턴기자

저렴한 입장료 미끼로 노인층 유혹
주류판매·탈세의혹 불구 단속 애매

▶새로운 노인 사교장=일요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소재 한 콜라텍 주변. 콜라텍이 들어선 건물 주차장은 물론이고 도로에까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대부분 콜라텍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이들의 차량이다. 승용차에서 내린 노인들을 따라 들어선 콜라텍 2층 내부. 테이블 없이 내부 공간은 대부분 무대로 활용되고 벽을 따라 잠시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에 의지해 헤아려보니 무대에서 춤추는 이들만 200명이 넘는다. 손님 대부분이 50~70대다. 오후 1시를 전후한 이 시간이 가장 붐빈다는데 3층을 합치면 300~400명은 족히 될 것 같다.

평소 콜라텍을 자주 찾는다는 K(67)씨는 "오전에 지인의 잔칫집에 갔다오다가 들렀는데 평소에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주 온다"고 귀띔했다. "춤을 추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건강에도 좋아 TV만 보게 되는 경로당보다 낫다"고도 했다. 과거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이었던 콜라텍이 노인들의 새로운 사교장소로 이미 자리잡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카바레서 업종 전환=제주시지역에서 이렇게 영업 중인 콜라텍은 모두 4개소였지만 최근 1개 업소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카바레로 영업하다 1~2년 사이에 업종을 전환한 곳이다. 유흥주점으로 분류되는 카바레는 지방세법에 규정된 중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최근 이처럼 콜라텍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제주시 동지역에서 유흥주점으로 등록해 영업 중인 카바레는 모두 10곳인데 업계에선 이들 업소도 언제든 콜라텍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분위기로 파악하고 있다. 콜라텍 인근에서 현재까지 카바레를 운영 중인 A씨는 "카바레는 재산세 중과세율이 적용되는데다 특별소비세, 종합소득세 등등 하면 1년에 4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콜라텍은 이같은 부담에서 자유롭다"며 "손님 입장에서는 카바레나 콜라텍이나 다를 게 없지만 카바레 업주 입장에선 콜라텍 때문에 영업이 안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류판매·탈세 의혹=콜라텍은 1000~2000원의 입장료만 지불하면 출입할 수 있다. 노인들 입장에선 저렴한 비용으로 여가를 활용할 수 있고, 업소는 자유업종으로 등록해 세금 부담에서 자유로운 장점을 지닌다. 문제는 대부분의 콜라텍이 교묘한 수법으로 술을 판매해 불법영업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찾은 콜라텍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콜라텍 출입구와 함께 식당으로 통하는 또 다른 출입구가 있다. 춤을 추던 노인들은 이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소주와 맥주, 막걸리 등을 마시며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완제품 콜라만 팔고 춤만 출 수 있는 콜라텍이 법망을 피해 버젓이 유흥주점 영업을 하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이같은 콜라텍에 대해 "신고대상이 아니어서 단속할 수 없다"고 했다. 콜라텍과 연계해 술을 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음식점에 대해서도 "그런 사례가 없어 잘 모르겠다. 애매해서 함부로 손댈 수 없다"고 했다. 확인 결과 이 콜라텍은 다른 이름의 일반음식점(식당)으로 등록돼 있고, 이 건물 간판에 또 다른 이름으로 내걸린 식당의 영업장은 인근 다른 주소지로 등록돼 있었다. 사실 확인도 않은 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해준 탁상행정이 결과적으로 불법영업을 도와주는 셈이다.

카바레 업주 A씨는 "콜라텍은 세금도 제대로 안내면서 유흥주점과 동일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시청에 찾아가면 자신들 관할이 아니라고만 한다"며 "이 바닥 생활 20년이 넘었지만 바보된 느낌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표성준기자·이효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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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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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철 2011.04.11 (19:54:42)삭제
탈세문제도 탈세문제지만..우리 어르신들께서 누릴 수 있는 유익한 사교장소가 부족한 현실도 한 몫한 듯 하네요.
도민 2011.04.11 (10:57:03)삭제
노인들을 상대로 불법 장사는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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