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농촌에 드리운 '투기의 그림자'

[이슈&분석]농촌에 드리운 '투기의 그림자'
한탕주의 빠져 갖가지 폐해 속출
  • 입력 : 2013. 07.29(월)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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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무 재배가 제주지방에서만 이뤄지면서 월동무가 투기작물로 변하며 갖가지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월동무 수확하는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3.3㎡당 800원 하던 농지 임대료가 4000원까지
값폭락 등으로 빚진 농민 자살·살인사건 빚기도

몇해전부터 제주 동부지역에는 월동채소를 재배하는 타지방 상인의 투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투자하는 작물은 월동무. 겨울철 국내에서는 무 재배가 제주에서만 가능한 상황에서 월동무가 투기작물로 변하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월동채소 파종시기를 맞아 투기작물의 폐해를 살펴본다.

▶경작비용 늘어도 재배면적 늘어가는 월동무=제주자치도의 자료에 따르면 월동무 재배면적은 2008년 3260ha, 2009년 3454ha, 2010년 3675ha, 2011년 4456ha, 2012년 4732ha(추정)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월동채소 중 생산량이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월동무가 주로 재배되는 곳은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인데, 이곳에는 월동무 재배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시설을 갖춘 무 세척·포장공장까지 곳곳에 들어서면서 월동무 주산지임을 실감케 했다.

문제는 상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농지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올랐다. 몇해전만 해도 3.3㎡ 당 800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던 것이 올해는 3000원까지 치솟았다. 일부 토지는 3500~4000원까지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경영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실패 살인까지 부르다=지난 2011년 서귀포시 성산읍 소재 한 무 세척공장의 사장이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바로 옆 다른 공장에서 숨진 사장과 거래를 했던 상인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무 세척공장의 사장 A씨와 상인 B씨는 위탁계약을 맺은 사이로 알려졌다. 상인 B씨가 A씨에게 약 3억원 정도를 월동무 구입과 세척 비용을 지불했는데, B씨에게 납품되는 월동무의 품질이 좋지않아 손해를 보게되자 다툼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살인사건으로 번진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지역 농민 상당수가 한탕주의에 빠져 월동무 등의 투기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일부 농민들 중 빚을 내어 월동무 경작을 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서 회생불능의 상태로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귀농의 꿈 접게하지 말아야"=최근 귀농교육을 마친 A(62)씨. 구좌읍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A씨는 경기도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승승장구 했었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결국 귀농을 결정했고, 아내와 함께 자신이 성장했던 집으로 돌아왔다.

A씨는 "토지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경작지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이상을 경작해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빚을 내어 밭을 임대했다"며 "그러나 무 가격이 언제 폭락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이러한 결정이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정부와 제주자치도가 농촌현실을 이해하고 투기작물로 인해 귀농인들의 꿈이 접히지 않도록 1차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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