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4)후각 감퇴 및 소실로 인한 후각장애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14)후각 감퇴 및 소실로 인한 후각장애
비강용종·감기 등 원인… 방치땐 냄새와 이별
  • 입력 : 2015. 04.17(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성 후각장애 환자를 포함해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 및 알레르기 환경에 장기간 노출에 따른 알레르기 비염과 만성 부비동염 환자 등이 늘면서 후각장애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홍 교수가 후각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퇴행성 신경계 질환·머리외상 환자 늘어 장애 정도 정확한 평가·적절한 치료 중요

사람의 오감(시각, 청각, 피부감각, 미각, 후각) 가운데 후각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중요한 감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동물과 달리 후각은 생존 보호기능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진 않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불안감이 엄습해오게 된다. 특히 직업적으로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나 향 제품을 만들고 다루는 조향사는 직장 생활을 원만히 유지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화재 등으로 인한 외상성 후각장애 환자가 증가하고, 감기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 알레르기 환경에 장기간 노출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과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후각신경의 퇴행성 변화로 후각장애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홍 교수의 협조로 후각 감퇴 및 소실의 원인과 진단법, 그에 따른 최신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 비강 및 부비동 질환

후각 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50~60% 이상을 차지하며, 비용종, 만성 부비동염, 알레르기성 비염, 비강 종물, 비중격 변형 등에 의해 발생한다. 전도성 장애와 감각 신경성 장애가 복합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 신경이 비강으로 뿌리내리는 부위(후열) 점막의 부종과 폐쇄로 인해 냄새 입자가 후각상피에 도달하지 못해 후각감퇴 혹은 진행성으로 후각소실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는 경구용 스테로이드 요법이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1~2주간 단기 요법을 통해 후각 기능 회복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투약시에 우려되는 부작용으로 인해 아직까지 확립된 치료 용량 및 기간에 대한 동의가 없는 현실이다. 또 비용종을 동반한 부비동염에 의한 후각저하 환자에서는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통해 후열 부위 폐쇄를 개방시켜 주고, 경구 스테로이드 요법과 비강 식염수 세척을 가미해 염증을 완화시켜주면 최대 80% 정도의 후각 개선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 상기도 감염

환자들은 매우 심한 감기로 수 개월 전에 고생했다고 하며 코막힘이 완화되면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기다려봤지만 후각이 돌아오지 않아 병원을 찾게 된다. 후각 장애 원인의 20~40%에 해당되며 여성(70~80%)에게 많이 발생하고 노령(65세 이상)에서 자주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6개월 내 환자의 1/3에서 자연적으로 증상의 개선이 있을 수 있으나 증상이 오래 지속될수록 예후가 나쁘다. 후각소실보다는 약간의 자극적인 냄새는 맡을 수 있는 후각저하가 많으며, 바이러스에 의한 후각점막상피의 손상 혹은 후각중추신경에 바이러스 침투로 인한 전도 및 인지 기능 쇠퇴가 주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기에 고용량(40mg/하루)의 경구 스테로이드 투여로 후각상피 염증을 완화하고 후각신경계의 재생을 촉진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치료율이 40% 미만에 그쳐 아직은 추가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유류 중 후각이 가장 발달한 동물인 아프리카 코끼리는 수㎞ 떨어져 있는 물 냄새를 맡아 냇가를 찾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두부 외상

교통사고나 낙상 등에 의해 발생하며 후각장애 원인의 5~10%를 차지한다. 비부비동 질환이나 상기도 감염 후에 발생하는 후각저하보다 더 즉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예후가 안좋다. 6~12개월 이내에 후각 회복이 어느 정도는 일어난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회복이 안된다고 보고돼 있다. 전두골 부위에 충격을 받은 경우가 후두부에 충격을 받은 경우보다 후각신경의 절단 및 손상이 커서 더 심한 후각장애를 초래하며 경구 혹은 비강 스테로이드 치료로는 호전시키는데 한계가 있어 후각자극물질을 이용한 후각훈련을 시행하면서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 노령화 및 치매

현대사회가 고령화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후구(Olfactory bulb)와 중추 후각계의 퇴행이 진행되면서 치매 증상의 동반과 더불어 후각의 인지 및 감지 능력이 저하된다. 이로 이한 미각의 저하와 우울증이 지속되면 영양실조까지 초래될 수 있어 후각저하를 호소하는 고령의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초기 진단을 내리는 데 후각검사를 보조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 기타 원인

비강내 종양 또한 후각소실을 일으키는 드문 원인이기 때문에 감별 진단시 꼭 고려해야 하며 전두개저 수술 및 여러 종류의 코 수술 후에도 약 1%에서 후각감퇴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생활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살충제, 담배 연기, 가솔린 같은 물질의 노출 정도에 따라 영구적인 후각 소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 당뇨, 비타민 A, B1 결핍, 갑상선기능항진증, 만성신부전 환자에서도 후각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치료는 회피요법과 비강 세척, 비강 스테로이드 분무, 후각능 자가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유효하다.

후각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우선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선행 사건들 그리고 지속 기간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후각장애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냄새의 향수펜을 이용한 KVSS test II를 시행할 수 있는데 이는 후각역치, 후각식별, 후각인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그리고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검사법이며 비용도 저렴하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홍 교수는 "후각장애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이 치료와 예후를 예측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며, 후각감퇴 정도가 적을수록 정상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초기에 후각장애의 정도를 정확히 평가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삶의 질 향상과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90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