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모레퍼시픽과 제주, 녹차로 맺은 30여년 인연

[기획]아모레퍼시픽과 제주, 녹차로 맺은 30여년 인연
  • 입력 : 2015. 09.30(수)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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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도순다원의 녹차밭에서 차잎을 따는 모습.

서귀포시 도순동과 서광리, 한남리에서 300만㎡의 녹차밭을 운영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 지난 8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동백기름을 짜던 '해방둥이 기업'에서 도전과 좌절, 극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K-뷰티(Beauty)'의 리더로 성장, 우리나라 근대 향장사라고 평가받는 아모레퍼시픽과 제주와의 첫 인연은 30여년 전 '녹차'에서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 창업자인 고(故) 장원 서성환(1924~2003) 선대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제주에서 녹차 재배단지를 처음 일구기 시작, 설록차를 생산하면서 전통차의 대중화에 기여한 집념의 인물이다. 주변에서 모두가 '녹차사업은 안되는 일'이라며 고개를 내젓던 시절, 녹차사업을 선언한 장원의 확고한 신념은 이달 초 발간된 그의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지만 녹차사업은 문화사업이다. 계속 적자가 나겠지만 녹차사업이 성공하면 태평양은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이미지를 얻을 것이다."

녹차 기반으로 문화관광산업의 가치 일구다
오랜 연구끝에 녹차재배 적지로 제주 선택
서광·도순·한남에 300만㎡ 규모 다원 조성
청정제주와 지속 가능한 공존 현재 진행형


녹차에 대한 장원의 집념은 세계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닐 때마다 그 곳의 식물원을 찾으며 식물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 등 자연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인간과 자연의 공존, 식물 재배와 문화가 만나는 아름다운 현장에 대한 경이로움에서 비롯됐다. 또 '세계 각국에 있는 차문화가 왜 우리에게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로 이어지며 융성했던 차문화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한 장원에게 녹차사업은 우리의 '문화'였고 '전통'이었다.

녹차사업을 위한 첫 과제는 부지 선정이었다. "차나무는 연평균기온 섭씨 14℃ 이상, 연간 강우량 1600㎜ 이상의 고온다습한 기온과 토양은 pH 4.0~5.0의 약산성에 물이 잘 빠져야 알맞다. 제주 중산간은 일본의 차 산지와 자연환경, 기온, 토질, 강수량이 매우 유사해 녹차 생산의 최적지임을 확인했다." 장원은 당시 제주에서 특용작물 재배에 열정을 쏟고 있던 허인옥씨의 연구물과 100여차례에 걸친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제주를 녹차의 주력 재배지로 결정하고, 전남 강진에서도 함께 재배키로 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열린 아모레퍼시픽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최근 펴낸 서성환 창업주의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태평양이 투기를 목적으로 제주에 엄청난 땅을 사들인다'는 여러 투서 등 우여곡절 끝에 한라산 남서쪽 중턱 서귀포시 도순동에 8만2000㎡의 땅을 매입하고 1979년 개간의 첫 삽을 떴다. 당시만 해도 제주에는 공사장비가 거의 없던 터라 대부분의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해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1983년부터는 서광다원의 개간도 시작됐는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돌무더기만 가득한 황무지라 물도, 길도, 사람도, 전기도 없는 땅에서 돌밭을 밀어내 평지로 개간하고 가뭄과 서리피해를 막기 위한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1983년 개간한 도순다원에서 처음으로 찻잎을 수확해 '한라진수' '삼다진수' '백록진수'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하하기에 이른다. 장원 서성환 회장의 사업가의 사고가 아닌 문화마인드로 시작된 제주에서의 녹차사업은 1980년대 말까지도 이윤없는 투자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녹차사업에 대한 장원의 열정은 멈춤이 없었다. 밭에서 차문화를 체험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인 녹차박물관을 맘속에 담고 있던 장원은 아들인 서경배 회장에게 "하와이 파인애플 농장안에 있는 파인애플박물관처럼 만들어봐라"고 말한다. 30년간 열정으로 녹차사업을 키워낸 아버지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었던 아들은 '오설록, 티 뮤지엄'을 2001년 서광다원 안에 첫선을 보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 전시관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이 곳엔 연간 12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으면서 녹차관광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장원 서성환 선대 회장으로부터 시작된 도전과 혁신의 DNA를 이어받은 아모레퍼시픽의 청정제주와 녹차를 매개로 한 지속가능한 공존은 36년째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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