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실칼럼] 청정과 공존하는 국제자유도시 꿈일까?

[고경실칼럼] 청정과 공존하는 국제자유도시 꿈일까?
인문학에 길을 묻다<14>
  • 입력 : 2015. 10.30(금) 09:38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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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선생은 21세기 우리가 해야 할 과제 중 가장 우선시되는 이슈를 '자연과 화해'하는 문제라고 했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자연과 협동해야하는 문제를 현대사회의 가장 시급한 화두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인류는 그동안 자연을 고려하면서 살아온 삶이 아니라 개개인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자연을 일방적으로 활용하고 개발 대상으로 삼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먹고사는 문제를 제1의 과제로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역사의 발전 과정 또한 어떻게 자연을 활용해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에 지혜를 모아왔다고 본다.

 지난 20여 년 동안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관광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물류· 금융· 교육 등 유통을 자유롭게 하여 양질의 재화를 우리지역에 머물게 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도민의 역량을 집결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온 시기였다. 특히 국제자유도시 성공을 위해 지방정부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자치도'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단일권역으로의 제도적 틀을 완성시키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자연의 명소가 된 제주국제자유도시

 그러는 과정에서 국내는 물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 국가들로부터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자연유산, 생물권보존지역, 지질공원 등으로 선정되면서 국제적 기준으로도 보호되어야하는 '자연의 명소'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가난과의 싸움에 이골이 났던 우리였기에 모든 성장 프로젝트들은 자연을 더 많이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고 경제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기저 속에서 성장을 추구해온 것이 우리공동체의 현실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을 왜곡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하고 다양한 자연종들이 멸종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특히 기후변화에서 오는 새로운 전환점적 조짐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직면하는 자연현상들이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공동체는 천혜의 자연적 경관을 갖고 있으며 그 영향권 밖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장과 더불어 더 이상의 자연에 대한 일방적 활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도민이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민선6기에서는 국제자유도시에 어떤 무늬를 입혀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우선시하고 있다. 인간들은 늘 그들의 사람답게 살아온 삶의 문화를 그 시대의 문명사라는 결과물로 후손에게 물려준다.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인문학'이라는 말로 대변되기도 한다.

 앞서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자연과 화해 또는 협동하는 21세기의 새로운 발전 프레임을 찾아냄으로서 우리가 창조하는 역사의 결은 자연이 주는 청정성으로 국제자유도시 문명에 무늬를 만들어 나가고 미래에 아픔을 미연에 막아내야 한다. 여기서 '결'이란 말은 무늬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를 이르고 있다. 인류가 일방적이고 편의적이며 무규제적인 자연과의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무한정 활용하면 자연은 이를 치유하기 위해 태풍, 홍수, 쓰나미, 해일, 가뭄, 지진 등 다양한 형태로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몸부림치기 때문에 그 결과는 인간의 삶을 앗아가는 악순환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기후의 온난화는 기존의 우리의 삶의 형태를 뒤바꾸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제주의 섬은 청정을 바탕으로 국내외 1천만 명의 손님들이 방문하고 있는데 청정을 제공하고 있는 자연과의 협력이 없다면 과연 언제까지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해답이 쉽지 않다.

 자연적 가치 속에서 경제적 가치 찾아야

 논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義(의)는 利(이)를 알았을 때 義(의)가 온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노자의 도덕경에도 어는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는 뜻으로 有(유) 無(무) 경계에서 긴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자연을 활용할 때는 인간과 자연이 협동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모두가 'WIN-WIN'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연적 가치 속에서 경제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연과 화해해야 한다는 현대적 이슈에 답을 찾는 길이다.

 문득 우리는 그동안 애써 만들어왔던 국제자유도시는 어디로 가고 새로운 비전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가 있다. 또한 혹자들은 '특별자치도'라는 비전은 어디 갔는가? 하고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특별자치도'라는 제도적 시스템은 그 자체가 비전이라기보다 본래 제주가 추구해야할 비전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가 利(이)에 해당된다면 자연의 청정성은 義(의)라고 할 수가 있다. 상호간에 적절한 조화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깊이 들여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간은 풍요를 누리려는 욕구가 있고 자연은 스스로 본래의 모습을 간직함을 원하고 있다. 사람도 자연 속에 한 가닥이라면, 지구라는 대자연을 바탕으로 살아가려면 그 욕망에 시간적 관리를 어떻게 잘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도민의 역량과 지혜가 결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삶은 보다 한 단계 높은 안목으로 조망해 보아야하는 이유이다. 이런 문제들이 잘 조절되면 이 또한 인문학적 유산으로서 생산적 가치가 극대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가치와 인간의 가치가 함께하는 도시

 자연가치가 빛을 발휘하고 문화가치로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인간적 가치에서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삶',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행복을 창조하는 국제자유도시의 생명력이 아닐까 곱씹어 볼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봉착한 어려움의 매듭을 풀어내는 지혜로움... 아마 이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21세기 제주인의 사명인 듯싶다.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시대적 사명에 주목함은 우리공동체의 관심사이다.

 깊어가는 가을 늦은 밤 창틈을 통해 산득산득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함과 창 넘어 흘러들어온 달빛을 바라보면서 필자의 고민도 함께 담아봄이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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