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의 듣는줄로만 알았는데…

인터넷 강의 듣는줄로만 알았는데…
[한라포커스]사이버 공간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중)'BJ' '일베놀이'에 빠진 아이들
  • 입력 : 2016. 02.02(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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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1인 방송 한 장면.

1인 방송 진행자에 ‘별풍선’ 쏘느라 부모 지갑도 슬쩍
남학생은 스포츠·먹방에, 여학생은 미용·화장에 빠져
극우사이트 ‘일베’ 의미 모른채 현혹되는 사례도 많아
재미있다는 이유로 빠져들어… 도내 현황파악도 안돼

'직장맘'A(47·제주시 연동)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 아들 때문에 속이 말이 아니다. 아들이 컴퓨터로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지나서야 아프리카 TV를 보면서 '별풍선'을 날리느라 적지않은 돈을 쓴 것을 알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아들이 '별풍선'을 결제하기 위해 부모의 신용카드까지 손을 댄 상황.

이처럼 학부모들에게 생소한 1인 모바일 방송이 최근 제주도내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전파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1인 인터넷·모바일 방송을 통해 홍보활동에 나서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1인 방송은 일반인들이 'BJ(Broadcasting Jockey)'가 되어 웹 카메라를 통해 다양한 형식의 방송을 진행한다.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별풍선'을 BJ에게 선물하려면 하나에 100원씩을 주고 구매한다. 처음에는 100원이지만 점차 액수가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교생 B군은 "보통 남학생들은 게임 중계나 스포츠 중계,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을 보기 위해, 여학생들은 미용·화장 관련 방송을 보기 위해 1인 방송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표현을 하면서 진행하는 BJ를 보고 놀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방송이나 운전중 생방송, 19금 게임 중계 등도 여과없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1인 방송 등을 통해 일명 '일베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C(42·제주시 오라동)씨는 "중학생인 아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일베'를 나타내는 손짓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아들은 의미도 모른채 친구를 따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베'란 일간베스트의 줄임말로 특정 지역과 여성, 대통령에 대한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극우 사이트를 가리킨다. C씨는 "'일베'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유명애니메이션을 변형해 게재하면서 아이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학생들은 일베용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에 대해 '일베충'이라고 거리를 두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주지역 학생의 일베문화·용어 향유에 대한 현황파악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 D(24)씨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1인방송에서 배운 표현을 여과없이 사용하고 있어 충격적"이라며 "초등생들이 청소년기로 가면서 더욱 심화되는 만큼 조기에 예방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조사한 '일베현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6.1%는 '재미있기 때문에' 일베에 관심을 가지며 21.3%는 '친구들이 쓰기 때문에'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숙·채해원·강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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