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12)소아외과가 없었다고?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12)소아외과가 없었다고?
엄마 뱃속부터 청소년기까지 질환 효과적 대처
  • 입력 : 2016. 04.15(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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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제주대학교병원에 소아외과 전문의가 처음으로 배치돼 신생아를 포함한 소아 및 청소년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소아외과 의사들의 세계를 다뤄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굿닥터'의 한 장면.

성인은 장기·소아는 연령으로 구분돼
제주대학병원에 도내 첫 전문의 초빙
가장 많이 이뤄지는 수술 서혜부 탈장

2013년 주원과 문채원이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TV 드라마 '굿닥터'가 있었다. '굿닥터'는 볼펜크기의 초극소 미숙아 수술, 엄마 배속에 있는 태아의 수술 등 어린 생명을 구해내고 있는 소아외과 의사들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였다. 그리고 제주대학교병원은 최근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소아외과 교수를 초빙했다고 발표했다. 소아외과 교수 초빙 사실을 외부로 알린 이유가 있었다. 소아외과는 신생아를 포함해 소아 및 청소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 진단과 수술을 시행하며, 각 질환에 대한 연구도 함께 시행하는 전문 분과인데 전국적으로 이 분야에서 활약하는 교수는 30명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지역에서도 신생아 때부터 소아기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질환 중 일반외과적 지식을 사용해 치료하는 길이 확대된 셈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첫 소아외과 의사인 정규환 교수의 도움으로 소아외과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우리나라 소아외과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미 독립화돼 있던 것을, 국내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의 김우기 교수가 소아의 외과적 질환을 수술하는 분야를 처음으로 만들게 돼 시작됐다. 외과에는 상부위장관외과,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유방내분비외과, 혈관외과 그리고 소아외과의 6개 분과가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소아외과가 1978년 가장 먼저 분과로 독립했고, 그에 비해 다른 분과의 분리는 비교적 최근이어서 유서 깊은 분야라는 것이다.

드라마 '굿닥터'의 남녀 주인공인 주원과 문채원.

소아외과의 진료 내용은 태중에서 발견된 선천성 기형에서부터 만 18세까지의 인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외과적 질환이다. 예를 들어 간담췌외과에서는 간, 담도, 췌장 질환을 수술하고, 유방내분비외과에서는 유방, 갑상선과 부신 등의 내분비기관과 연관된 질환을 수술하는 등 대부분 외과의 분과들은 장기를 기준으로 분리가 됐다. 하지만 소아외과의 경우는 연령에 의해 구분이 되는 유일한 분과인 셈이다. 한 가지 장기나 한 두 가지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진료영역은 아이들에게서 생기는 서혜부 탈장을 비롯해 갓 태어난 신생아들의 장이 막히거나 꼬이는 질환과 항문이 없거나 직장이나 대장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선천성 질환 등을 들 수 있다. 또 소아에서 생기는 각종 종양과 ▷간담도의 질환 ▷목 부분의 갑상설관낭종 ▷새궁기형 등과 영유아에서 흔히 생기는 장중첩증이나 충수돌기염 ▷각종 피하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의 신생아괴사성장염 등과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할 수 있는 각종 수술 등 광범위하다.

소아외과에서 가장 많이 행해지는 수술은 소아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이다.

탈장은 항문으로 장이 튀어나오는 것을 포함해 배꼽으로 장이 튀어나오는 것, 이전에 수술했던 절개선 부위로 장이 튀어나오는 것 등 정상적이지 않게 장기가 튀어나오는 것을 일컫는다. 그 중에서도 소아의 탈장은 서혜부 탈장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매우 빈번하게 접하는 질환이다.

탈장의 원인은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남자 아이의 경우에는 고환이 처음부터 음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배 안에 들어있다가 임신 25주 경 왼쪽 고환부터 시작해 뱃속에서 음낭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보통은 이사할 때 형성된 길이 저절로 막히는데, 막히지 않는 태아가 있게 된다. 보통 남아는 50~100명에 한 명이 발견되고, 여아는 배 안에 그대로 난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적은 1000명에 한 명 비율로 발생한다.

아이의 사타구니 쪽으로 장이 들락날락 하는 것을 서혜부 탈장이라고 한다. 이 때 물이 흘러 내려와 음낭에 고이면 이 것을 음낭수종으로 부른다. 육안으로 튀어나오는 것 이외에 통증을 포함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이 나왔다가 다시 배 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꽉 끼어있게 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감돈'이라고 부른다. 장으로 들어가는 동맥피는 혈압이 높아 들어가고, 정맥피는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장이 붓고, 끼어 있는 부분으로 인해 장 내용물도 지나가지 못해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비로소 극심한 통증도 나타나고, 서혜부 부위를 보면 딱딱하게 만져지는 커다란 비엔나 소시지나 왕구슬 같은 것이 있고, 주위가 붉어지며,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감돈은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도수 정복술(손으로 원위치 시키는 시술)로 끼인 장을 배 안으로 돌려보내줘야 한다. 빠른 수술이 따라야 한다.

탈장의 수술은 기본적으로 탈장이 있는 주머니, 즉 탈장낭을 찾아 배 안과의 연결을 막아주면 된다. 탈장이 시작된 부위에 1㎝ 정도 째고 수술을 하거나 복강경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서혜부 탈장의 경우에는 만삭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나이가 3개월 이상이면서 동반된 질환이 없는 경우에 당일 수술로 진행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천식, 심장질환 등이 있거나, 미숙아로 일찍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서 오랫동안 호흡기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아이들은 가급적 입원을 권장한다. 미숙아 아이들 중에서도 교정주수가 50주 이상이 되면 당일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나 병원의 여건, 의사나 부모의 선호도에 따라 수술일정과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인터뷰]제주 첫 소아외과 전문의 정규환
"아이사랑·부모마음 이해위해 전공"
힘든 이들 배려하는 환경 조성돼야


"제주도에 입성한 최초의 소아외과 의사로서, 도내에서 진료받아야 하는 소아외과 영역의 환자들이 수도권의 큰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지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제주지역 소아청소년들이 걱정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최근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외과에 부임한 정규환(사진) 교수의 다짐이다. 정 교수는 제주지역에서는 첫 소아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인물로 기록되게 됐다.

소아외과는 단순 치료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의사가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정 교수는 "제주지역 소아청소년 인구 자체가 많지는 않으나 최근 인구 유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소아청소년의 경우에도 최신의 다양한 의료기술 등의 수혜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인구가 아직은 많지 않고 소아외과 영역에 대한 요구가 아직은 피부로 느낄 만큼 많지는 않다. 그러나 저를 필요로 하고 불러주는 곳이라면 제주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재 국내 소아외과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국내에 소아외과 정회원의 경우 약 60여명 되지만 실제 활발하게 소아외과 의사로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는 약 30여명 남짓된다. 그 중 대부분이 수도권을 비롯 거점이 되는 대학병원에 있고, 상당수의 소아외과 의사들은 대학병원이지만 나 홀로 의사로서 삶을 살고 있다. 결국 1년 내내 혼자 응급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삶의 질은 매우 낮은 상태이다.

▶소아외과를 전공하게 된 동기

=외과의사의 로망이랄까, 꿈 중 하나가 옴니포텐트(omnipotent)라고 할 수 있겠다. 쉽게 말해 못하는 수술이 없는 외과의사. 최근의 외과영역은 매우 세분화돼 장기 중심으로 그 영역이 국한되고 있다. 그러나 소아외과의 경우 가장 먼저 외과 내에서 세부 전공으로 독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역은 여전히 개체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외과의사로서의 로망 실현에 가까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욱 소아외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아이에 대한 사랑, 같은 부모로서 아픈 아이의 부모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했던 것이 동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아이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패한 엔젤산업(angel industry) 중 한가지가 바로 소아외과 영역이다. 전국적으로 소아외과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수가가 낮아 대형 병원들이 구색을 맞출 목적의 의사를 1명 정도 뽑을 뿐, 그 이상의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또 소아외과 환자의 경우 상당수가 선천성 질환을 갖고 있고, 이들은 평생 이 질환과 연관된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아가 무슨 수입이 있겠나.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될 뿐이다. 그런데 이 나이의 부모들은 경제적 측면으로 볼 때 이제 사회에 나와서 활동을 시작한 약자인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들이 포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이들에 대한 배려가 아이들 전체의 건강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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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외과의 역사 관련 정정보도문

 본보는 지난 4월15일자 건강면에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 ⑫소아외과가 없었다고?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소아외과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중략) 국내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의 김우기 교수가 소아의 외과적 질환을 수술하는 분야를 처음으로 만들게 돼 시작됐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연세의대 이세순 교수와 황의호 교수에 의해 1975년 3월24일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소아만을 진료하는 소아외과가 개설되었고, 그 후 1978년 서울의대에서 소아외과가 독립하였다는 것이 확인되어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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