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환영' 또는 '사절'

[한라칼럼]'환영' 또는 '사절'
  • 입력 : 2016. 04.26(화)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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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국인 지인들이 제주를 방문했다. 지난해 여행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극진한 대접을 받은지라 나도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 인터넷을 뒤져 식당을 예약하면서 혹시라도 '중국인 사절' 문구가 있는지를 살폈다. 내국인 손님들이 단골인 업체들은 시끄럽고 주변을 어지럽히는 중국인들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숙박업소들은 '환영'과 '사절'로 극명하게 나뉜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수익을 증대시킨 업소도 있지만, 객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객실내 비품을 몽땅 가져가 버리는 추태 손님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사절'을 내 건 업소도 하나둘 늘고 있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가 중국 춘절을 기념하기 위해 빨간 불을 켰을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VIP가 되었다.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추태 행위는 너무나도 '창의적'이어서 상상을 초월한다. '돈을 냈으니 마음대로 한다'는 일명 '어글리 요우커'들은 해외뿐 아니라 중국내에서도 골칫거리다. 중국정부는 이들을 계도하기 위해 지난해 '비문명 관광객에 대한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여행 도중 유적과 환경 및 위생시설을 파괴하거나 현지 법규나 문화에 반하는 행위 시 해당 여행객의 명단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각종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비행기 비상구를 강제로 열었던 중국인 남자와 승무원에게 뜨거운 물이 담긴 컵라면을 던졌던 중국인 일행이 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어글리 요우커들을 계도하기 위한 노력은 각 나라의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의류매장에는 다음과 같은 중국어 안내판이 세워졌다. 1. 매장 안에서 음식을 먹지 마십시오. 2. 매장은 휴게소가 아닙니다. 3. 손·발톱을 깎지 마십시오, 4. 이를 쑤시지 마십시오. 5. 가래를 뱉지 마십시오. 6. 가격을 깎지 마십시오. 7. 큰 소리로 떠들지 마십시오. 8. 트림 하거나 방귀를 뀌지 마십시오. '사절'하고 싶지만 포기하기에는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부드러운 '경고'를 하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안내판을 붙였다. 용두암의 공중화장실에는 양변기 사용 방법을 설명한 그림안내서가 등장했고 신제주 주요 도로에는 무단횡단을 일삼는 중국인들을 막기 위해 중앙분리대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저가의 중국인 관광객만을 끌어들인 탓에 외국 문화나 관습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을 단시간에 계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무질서에 대하여 엄정한 벌금을 물리지 않는 한 참고 환영하든지 할 말 하고 사절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관광명소인 왓룽콘이 얼마 전 중국관광객들에게 공개사과문을 발표했다. '중국인들이 변기에 변을 묻히면 저희가 닦으면 되고, 기물을 부수면 저희가 고치면 됩니다.' 백색사원으로 유명한 왓룽콘은 공중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중국인들로 골머리를 앓다가 지난해 아예 중국인 전용 화장실을 만들겠노라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일 년 만에 그들은 다시 머리를 숙였다. 전체 관광객의 40%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사과를 받아들이고 사원을 다시 찾는다면 보란 듯이 더욱 가공할 만 한 추태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저 닦고 고치는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 나머지 60%의 관광객과 스님들이 잘 견뎌낼지 의문이다.

우리는 메르스를 통해 중국인들이 갑자기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인만을 위한 영업전략은 속터지고 위태롭다. 품위있게 저녁 식사를 마친 나의 중국인 지인들은 제주도를 떠나며 '또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1회성 싹쓸이 쇼핑이 목적이 아니라 제주도를 다시 찾게 하는 것, 그리고 기꺼이 환영할 만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 이것이 '환영'과 '사절' 사이의 고민을 해결할 단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허수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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