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네가 왜 미안해?

[편집국25시]네가 왜 미안해?
  • 입력 : 2016. 09.22(목) 00:00
  • 강경태 기자 ktk280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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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지난 12일 대학교 재학시절 함께 공부했던 중국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친구는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사람을 때렸냐며 물었다. 틈틈이 인터넷으로 제주도 기사를 찾아보는 이 친구는 자신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당시 "네가 한 일도 아닌데 오히려 왜 네가 나한테 미안해 하냐"며 "그런 마음을 갖지 말라"고 전했다. 지난 17일 제주시내 한 성당 안에서 벌어진 피습사건 소식을 듣고 지구대로 향하던 차안에서 이 중국인 친구가 떠올랐다. '미안하다며 또 연락이 올텐데….'

중국인 첸모(50)씨의 피습으로 김 모(61·여)씨가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깊은 애도를 보낸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중국인 첸씨에 대한 분노는 중국인들에게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인 관광객을 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무사증을 폐지 또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차이니즈 포비아(중국인 공포증)'가 번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다를까. 지난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재미교포 대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32명이 희생됐다. 당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으며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는 미국 내 한인들이 차별이나 편견의 대상이 될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한국인 전체가 저지른 범죄가 아닌 미국사회에서 자라난 한 청년의 개인적인 범죄라며 선을 그었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불편으로 도내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불만을 쏟아냈다. 또 중국인 관련 강력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대책이 필요했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 손을 놓고 있던 건 우리라는 생각이 필요한 때다. 중국인 관광객은 오지 말라는 개개인의 생각에 대해 잘못됐다며 지적할 수는 없지만 이들을 이해하는 마음도 필요하지 않을까.

<강경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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