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크루즈관광객 100만명 유치로 본 제주관광의 과제

[월요논단]크루즈관광객 100만명 유치로 본 제주관광의 과제
  • 입력 : 2016. 10.31(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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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0일 자로 올해 들어 제주를 방문한 크루즈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아시아지역 204개의 크루즈 목적지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로 크게 자축할 일이다.

그러나 100만번째 크루즈관광객을 맞이하는 기념행사를 전하는 도내 여론은 차갑고 비판적이었다. 크루즈관광에 대한 이해가 부족 한데서 오는 탓도 있겠지만, 여론이 냉담한 이유는 간단하다. 크루즈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에 비하여 지역에 떨어지는 경제적 낙수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비단 이 문제는 크루즈 관광객에 국한되지 않고, 넘쳐나는 관광객의 입도에 따른 도민들의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미 제주도는 국제적으로 '갑'질 기항지로 소문나 있다. 한척의 크루즈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는 국내외 기항지 지자체들과 달리, 제주에 크루즈선을 기항하려면 체류시간이 8시간 이상이라야 하고, 제주산 선용품을 공급받아야 하고, 재래상권을 방문해야 하는 등의 조건들이 붙기 때문이다.

제주만 기항하는게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운항하고 있는 크루즈선사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제주도의 입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크루즈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방향이 이렇다면 새로운 기항지가 경쟁적으로 개발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제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누가 봐도 제주관광은 전체적으로 호황이다. 해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다. 그간 제주도정이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정책들이 결실을 맺는 것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제주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통이 막히고, 쓰레기와 하수는 처리 용량을 넘어서고 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지역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는 만큼 호주머니가 두터워지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이처럼 제주관광 전반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관광학자 버틀러(Butler)에 따르면 관광목적지의 수명주기를 5단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탐험단계→초기발전단계→성장단계→유지·정착단계→포화·쇠퇴단계가 그것이다. 초기발전단계에는 관광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관련기관이 힘을 모아서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성장단계에 접어들면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여 시설을 확충한다. 유지·정착단계에서는 관광으로 인한 환경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관광객이 감소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쇠퇴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버틀러의 이론으로 제주를 진단하면, 제주는 성장단계로 접어들면서 유지·정착단계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모든 일에 흥망성쇠가 있듯이 관광지의 인기도 마냥 지속되지는 않는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20% 줄인다는 오보에도 주가가 출렁이고 관련업계가 난리였다. 관광의존도가 높은 제주에 더 이상 관광객이 필요 없다며 적대적 정책을 펴면서 관광객이 대폭 감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상황이다. 지난해 메르스로 한두달 외국인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것만으로도 제주 경제에 타격이었다.

점차적으로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되새겨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상생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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